오바마 아시아 방문과 그 이후

(Monday, June 09, 2014)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의 방문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지만 그 나라 언론마저 무덤덤했다.

반면,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 장비를 설치한 것은 이 지역 언론의 최대 뉴스가 되고 있고, 지난 주 시진핑 주석의 아시아 안보론(CICA 회의), 중·러시아 북경 정상회담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오바마 방문에 대한 반응은 2012년 12월 재선 직후 동남아를 방문하던 때와 크게 다르다.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왜 다른 반응을 보이는가.

우선, 미국의 의지(will)와 능력(capacity)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이 크리미아 사태에서, 그리고 작년 11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서 ‘적당히’ 넘어간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대중국 정책을 두고 ‘협조와 경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취임 첫해 미. 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그 다음 해 2010년에는 태도를 바꾸어 미 항공모함이 한반도와 남중국해를 오가면서 중국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중국 협력 자세로 전환했다가 이번 방문에서는 다시 중국과 경쟁하는 자세를 보였다.
센카쿠 문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미군이 필리핀 기지를 사용하기로 하는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 문제의 수역에서 중국과 군사 충돌이 날 경우 미군이 과연 나서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
둘째,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의 선포, 남중국해 조업 조례 (외국어선은 중국 당국에 신고), 그리고 이번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장비 설치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199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얀마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 위엔화의 국제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남아 진출을 추진하는 중국은 잠시 후퇴하기도 하지만 결코 중단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 안보 전략 분야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셋째, 이 지역 국가들은 이제 중국을 지역대국이자 세계 대국으로 받아들이고, 각자 살길을 찾고 있다. 몇 년 전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 위협’을 저지하겠다는 자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달 중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남중국해 석유시추장비 설치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에게 전화했다.

한국 수출의 26%(미국 11%)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우려를 사전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겨냥하여 여러 가지 안보 태세를 강화해왔으며 대중국 강경 자세를 아직까지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에 의한 경제 재생의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집단적 자위권 문제도 국내 지지력을 잃고 있어서 아베의 입장이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다.

과거의 낡은 ‘대국주의’는 버려야
요약하면,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에 대하여 미국 주도로 공동 대응을 만들어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편, 중국도 바블 붕괴 전 일본, 공산권 붕괴이후 미국과 같이 잘 나갈 때의 오만(傲慢)으로 큰 화를 자초한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 미국을 포함 대국들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하겠다는 과거 형 대국주의 자세를 버리고, 지역협력의 틀 속으로 들어와서 대화와 협력에 의한 공공재를 축적하면서 경쟁과 대립을 줄여 나가야 한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매년 미, 중, 일, 러, 인도 정상도 참석하는 지역협력의 중요한 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이 회의에서 EAS 개선안을 금년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고, 한국과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 이를 준비 중이다. 한국이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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