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다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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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일 )

아빠들이 말한다. 어느 순간, 아내 그리고 자녀들과 같은 시각 같은 공간 안에 있는데도 어딘가 완전히 섞일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가족 안에서 아빠의 자리가 점점 좁아져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빠는 혹은 남편은 ATM기계라는 신종 유머도 생겼다. 꼭 기러기 아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아빠들이 자신들의 가족 내 위치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일정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엄마와 자녀와는 달리, 아빠는 상대적으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를 가깝게 할 수 있는 기간인 유년시절에 아빠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가장 바쁠 시기이므로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간을 얼만큼 자녀에게 또는 가족에게 할애하는지에 따라 추후 아빠의 영역은 넓어지기도 좁아지기도 한다. 이 시기를 가족에게 소홀하다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소외감을 느끼는 아빠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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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부모 보다는 또래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 시기이므로 부모와의 관계에 집중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아내 또한 어느 정도 기간을 살아오면서 남편의 도움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터이다.

자녀가 성장한 후 관계를 회복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는 늘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아빠가 가족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녀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았을 때 아빠의 입지가 굳건한 것이 좋다.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아빠만의 역할이 있고, 아빠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자녀들은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남자아동의 경우, 아빠 라는 롤모델이 없으면 보고 답습할 대상이 없어 추후 성인이 되어서 남성 혹은 아빠의 역할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여자아동의 경우, 아빠와의 관계가 추후 배우자를 고를 때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 외에도 아빠가 가족 내에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자체만으로 자녀들은 성장하는 동안 안정감을 느끼게 되어 학업이나 미래를 꿈 꾸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유년시절, 아빠는 신체를 활용한 활동 및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


가족 내 아빠의 입지를 위해서는 부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오늘 날에는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빠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지만, 자녀양육 관련 역할분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기간 자녀양육과 가정 내의 일은 아내가, 사회에서의 입지와 경제력은 남편이, 즉 역할을 분담하여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아빠들은 자녀양육을 하나의 아내들이 맡아야 할 역할의 일부분이라고 따로 분리하여 마치 분담한 업무로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자녀양육 역시 자녀와 부모 개개인의 1:1 인간관계이다. 관계는 역할 및 업무를 분리하듯 나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가끔 부모상담을 할 때 자녀를 차라리 남 대하듯 하라고 말한다. ‘남’을 대할 때는 조심스러우면서 ‘자녀’를 대할 때는 오히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와의 관계가 그러하듯 자녀와의 관계도 시간할애가 필요하다.


자녀와의 관계 또한 인간 대 인간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아두자. 일터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아빠들 인 것을 알지만, 자녀양육에 대한 생각을 바꿔 조금이라도 본인이 할애 할 수 있는 시간을 자녀를 위해 조금씩 늘려간다면, 그 시간이 엄마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은 아닐지라도 자녀들은 그 시간을 내기 위해 아빠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빠 스스로의 노력 외에 아빠가 가족 내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내이다. 평소에 자녀와의 대화에서 아빠를 깎아 내리는 말을 조심하는 것이 돕는 방법 중 하나이다.
부부이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자녀와 공유하는 행동은 어느 무엇보다 조심해야 한다.

자녀에게 아빠의 부족한 면모를 이야기하면서 이따금 엄마들은 자녀가 자신의 주장을 공감해주는 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 때 자녀는 아빠의 불완전한 모습을 보며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역으로 남편 역시 아내의 잘못을 아이 앞에서 지적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아빠의 가족 내 위치는 스스로의 행동에 따라 그리고 엄마에 의해 만들어진다.
시간이 없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배가 될 것이다.
무언가 자녀와 아빠 사이에 거리가 느껴지는가? 아빠가 원하는 대로 자녀가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억울해 하기보다 뒤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원래부터 완벽한 부모는 없다. 노력하는 엄마와 아빠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