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기술

 

 

 

 

 

 

 

 

 

 

 

 

특별기획

장세라 41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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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이상의 엄마와 자녀를 동일한 환경에 놓고 놀이와 대화패턴을 관찰한 적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사실이 이미 보편적인 상식이 되어 있던 터라, 칭찬이 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와 자녀 간 대화에서 칭찬이 차지한 비율은 8%밖에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녀에게 칭찬이 아닌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엄마들은 저자가 밖에서 일방경을 통해 본인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분명 그 중 일부는 관찰자를 의식하여 평소보다 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대화패턴을 많이 사용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의 비율이 저조하게 나타난 것은 칭찬도 의식적으로 연습하거나 습관화하지 않으면 일부러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음을 나타내어 준다.

칭찬이 자녀의 좋은 행동을 강화하고 자아존중감을 높여주어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부모는 많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구체적인 칭찬과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

우리가 하는 칭찬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구체적인 칭찬과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인데, 구체적인 칭찬은 자녀의 행동이나 특성 혹은 만들어낸 작품에 대하여 부모가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는 것을 말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은 말 그대로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으나 자녀의 행동, 특성, 작품에 대하여 감탄사 혹은 짤막한 말로 칭찬해 주는 것을 말한다.

두 종류의 칭찬은 자녀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에게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면, 자녀는 어떤 행동을 하였을 때 부모가 좋아하고 칭찬하는지를 깨달아 또 다시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특정 행동을 강화한다.

이는 자녀의 좋은 행동을 강화시켜줄 수는 있으나, 구체적인 칭찬만을 많이 하게 되면 자녀는 계속해서 그 행동을 잘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기 시작할 수 있다.

또한, 특정 행동을 잘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자신은 사랑 받기 부족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과 함께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은 구체적인 칭찬처럼 자녀의 행동을 강화해주지는 않으나 자녀가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칭찬과 함께 사용하지 않고, “잘했다”, “와 멋지네!”, “좋은데?”와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만을 많이 해주면 나중에는 부모가 의례적으로 해주는 말처럼 자녀가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네가 내 딸이라서, 내 아들이라서 고마워”

우리는 자녀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다.

마음 속으로는 수 백 번도 더 생각하지만, 이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 자녀에게 전달하는 일은 많지 않은 것이다.

내 자녀이지만 이런 말을 전하기엔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자녀들의 반응도 시큰둥하거나 오글거리는 말을 한다며 격렬히 거부할 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저자에게 최고의 칭찬을 꼽으라면 단연 존재 자체에 대한 칭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떠한 행동을 통해 자녀가 굳이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지 않아도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준 것 만으로도 부모가 기뻐하고 있다는 메시지. 이 메세지는 자녀들에게 어떤 칭찬 혹은 선물보다 달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부모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자녀들이 시큰둥하거나 격렬히 거부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응 이면에는 부모의 미숙한 행동들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도 녹아 내리고 있고 닫혀졌던 마음도 열리고 있으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자녀로 성장하기 위해 마음은 시동을 걸고 있을 것이다.

 

칭찬은 습관이다

앞서 실험결과가 말해주듯이, 칭찬은 습관처럼 몸에 베지 않으면 어느 순간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구체적인 칭찬과 구체적이지 않은 칭찬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칭찬을 구분하여 해보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각 칭찬의 기술을 익히고, 각 칭찬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험해보아야 칭찬을 습관처럼 몸에 베이게 할 수 있고 적재적소에 맞는 칭찬을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다.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면 한국의 많은 것들이 그리워진다.

왠지 자녀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사교육을 접해주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곳에는 없는 많은 문화생활을 접해주게 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은 부모와의 좋은 관계이다.

부모와의 좋은 관계를 선물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부모들은 더 좋은 과외, 더 좋은 물건, 더 좋은 무엇들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군더더기들을 내려놓고, 한번쯤은 자녀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겁내지 말고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칭찬은 부모와 자녀 간의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데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