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글. 이선진/서강대 동아연구소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박근혜 대통령이 1월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한 후 기회 있을 때 마다 통일 이야기를 하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포함시켰다.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철도, 통일준비 위원회 등 추진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가끔 젊은 사람들로부터 통일을 왜 해야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웠고, 세대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전에 통일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어느 사회이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염원하는 꿈을 가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중국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우리도 남북한의 통일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다.
일본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그 다음 무엇을할 것인가에 관한 꿈을 가지지 못한 결과 “잃어버린 20년” 속에서 아직 헤매고 있다.
앞으로 통일에 관한 공론화가 진행되기 바란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통일 한국의 모습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첫째, 북한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매일 보수언론을 통해 접하는 북한은 ‘경제 파탄, 1인 독재, 인권무법지대’이다. 핵 문제 등 지상 최악의 정권이자 악의 원천이다.
이러한 정권이 아직까지 몰락하지 않은 것이 기적인가, 아니면 우리의 시각이 편파적인가.
북한 균형감 있게 보려는 노력 필요
이것이 북한의 전부라면,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
마치 동네 깡패나 거지와 결혼하라고 권하는 것 같다. 북한의 실체를 균형감있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를 방해하는 장애요소들이 많다.
빨갱이, 종북세력 등 언어폭력부터 순화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1980년대 말 ‘북방정책’, 1990년대 말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다.
또한 북한의 경제파탄과 정권위기가 결과적으로 탈북자, 핵문제 등 많은 문제를 가져와 우리를 슬프게 했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북한의 불행이 우리에게행복을 가져다주는 ‘제로 섬’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남북한 관계를 공존과 윈-윈(相生) 관계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오류를 범했다. “퍼주기” 논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칙 없는 대북한 정책과, 남북한 관계를 다시 제로 섬 게임 관계로 돌리려는 시도 등이다.
현 정부는 제로 섬 게임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통일 논의에 앞서 북한의 민모습을 어떻게 투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통일 한국의 모습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 설명한 “대박”의 의미, 경제개혁 3개년 계획에 포함된 내용을 들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국민들이 경제 이득만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납득할까. 대박의 수혜자인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의 대박을 위해현재의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려고 할까.
통일한국의 구체적 모습은 어떠한가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이 6만불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이나 젊은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부(富) 이상의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동남아 여행담을 이야기하면 그 때마다 학생들의반응이 적극적이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서울에서 휴전선을 지나 평양, 압록강, 중국까지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는 상상을 해보자고 하면 학생들의 눈에서 정말 강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통일 한국의 모습은 이와 같이 젊은이들의 흥분과 상상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통일 논의가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만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그 끝에는 통일한국의 꿈이 있다. 정부가 출발선에 서서 어떠한 방향으로 첫걸음을 내딛을지 모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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