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는 지금 “일자리 창출” 전쟁 중

- 노동유연성 확보 단계를 거치지 않은 역사는 없다 -

글. 김용욱 /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계 이슈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고용과 일자리 창출을 어떤 국가나 정부든 잘 해결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얼핏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모순 명제처럼, 기업활동 강화를 위한 경제정책이 고용을 늘리기 위한 선행조건인지, 아니면 일자리가 먼저 많아져야 개인 소득증대와 분배로 국가의 경제성장이 잘 될 지 논쟁도 치열하다.

국가마다 해결방법이 다양해 보이는 이유는 정치적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용창출이나 실업률 이슈는 각 국가의 경제규모와 수준이 반영 된 매우 복잡한 함수이기에 어느 한쪽 변수를 아무리 고정한다 해도 다른 쪽 변수의 최적의 해(解)가 하나일 수가 없고 3차 변수이상의 해(解)가 오히려 의도하지 않게 다른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오는 게 다반사다.

한국에서 노동과 고용문제는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해결과제로 선택했다. 다른 유럽국가들의 노동유연성 전략과는 다소 상응된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선택한 것도 물론 이유는 있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과 기득권을 부의 양극화 원인으로 정의하고 오랜 정치적 이슈가 되다 보니 국민 정서상 시기와 분노의 감정을 해결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를 고려할 수가 없는 상황논리다.

한국과 달리 유럽이 노동유연성에 입각한 전략으로 수정한 연유는 역사적 노동시장 흐름의 변화 때문이다. 프랑스는 과거 2000년 사회당의 일자리 나누기정책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 그러나,
실제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 기업부담만 늘고 실업률은 더 늘어 나게 된다. 현 신임 마크롱 대통령도 과거 2014년 사회당 시절 경제장관 시절 본인이 입법화한 본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는 상황이다. 영국의 고용시장은 명실상부 독일과 함께 세계최고 수준이다. 브렉시트(Brexit) 결정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년도 고용률 (15세~64세 기준)은 73.5%로 독일의 74.7% 다음이다.

영국과 독일의 고용시장 호황은 대표적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해석한다. 영국은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미국에 이어 전세계 5위의 노동 유연성 보유 국가다. 달리 말하면 해고(?)가 쉬운 나라들 순서다.

그럼에도 아직도 추가적 노동개혁을 멈추지 않는 국가들 이기도 하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무분별한 강성노조 파업 억제법안을 통과시켰고, 현 테레사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협상이 끝나면 더 친(親)기업적 노동정책을 펼 것이라 예상한다.

독일도 산별 노조라는 획일적 노동 정책에서 하르츠 개혁을 통해 탈바꿈 한 나라다. 이를 계기로 벤츠, 폭스바겐, 지멘스 등 임금인상 없는 근로연장 조건으로 고용안정성을 택하는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 지게 되었다.
노동시장은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해(解)를 찾는 함수다. 겉으로만 보면 두 변수가 완전 반대 개념으로 한쪽이 플러스이면 한쪽이 마이너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함수의 외부조건 변화로 노동유연성 확대가 노동안정성을 꼭 훼손하지는 않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국가간 경제장벽이 무너진 글로벌화 된 조건 하에서 노동유연성이 하락하는 경우 다른 나라로 고용창출이 이동하는 변수가 추가로 생겨났고 유럽 국가들은 이를 역사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은 과거가 답이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든 전쟁이든 그것이 주는 교훈을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몇 해 전 작고한 역사 저술가 남경태님이 항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했던 “역사란 지름길은 있어도 비약이나 생략은 없다”란 말이 기억이 난다.

즉 서구에서는 벌써 노동 유연성의 개념을 정립해 간지 수 십 년이 지난 상황이지만 다른 상황의 국가에선 아직도 노동해방의 구호를 외치고 있을 수 있는 게 인류의 역사다.

문제는 지름길을 원한다고 한꺼번에 건드리면서 생기는 뜻하지 않은 결과 들이다. 함수가 복잡한 세상이 되었다고 푸는 순서까지 엉킨 건 아니란 얘기다.

고용창출을 국가가 숫자 챙기듯 정책으로 풀기에 앞서 기업과 산업계 규제완화가 먼저여야 채용을 꺼리지 않는다. 알파고도 동시에 여러 함수를 푸는 건 아니다. 순서대로 해(解)를 찾되 무한 반복과 속도로 최적화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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