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을이 불타고 있다

올해는 가장 뜨거운 해를 보낼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건기가 오고 있어.

손을 들어 하늘 향해 펼친다.
벌써 손금이 사라질 듯 불타고 있다.
이제 포악한 불이 쪼그만 것들을
꽃들을 우리를 녹게 할지도 몰라.

그런데 눈치 없이 식욕은 살아.

야채가게에서
비닐에 꽁꽁 싸인 배추를
양심 봉투에 담아 비싸게 사 왔다.
구겨진 이파리 속에
배추벌레가 말라 죽었다.

불볕주의보 발령
목마름에 혀는
마른 잎이 되어가고

오늘따라 먹고 싶은 건
피쉬 소스에 버무린 새우 열 마리와
오이와 올리브유, 마늘을 얹은 샐러드

비가 좀 오려나?

오후 한낮 햇무리가 고추기름처럼
둥둥 하늘에 떠서 입을 맵게 한다.

나의 마을이 훨훨 타는 줄도 모르고
철없이 입맛을 다시며
침을 꼴깍
더 깊어지는 뜨거움
건조주의보
사방에 퍼지는 형벌이다.

시작 노트:

강인수 시인의 눈앞에 무수히 펼쳐지는 소재는 언뜻 평범하다는 느낌이지만, 이전 현실 속에 녹아 있는 생활의 단면을 구김 없이 표현하는 솔직함이 배어있다. 그리하여 생경한 장면이 연속된다. “옛날 새색시가 입었던 /녹의 홍상/ 열무 김치 딱/너구나(열무 김치)! 끝까지 읽지 않아도 첫 연에서 기가 막힌 발상에서 시인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사과 한입을 베어 물고 달과 대화하는 시인의 능청스러움이 자연스럽다. 시인의 순수한 시심은 방울토마토에도 꽃이 핀다. 대상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때로는 그들과 춤을 추며 대화를 시도 한다. 상상의 세계는 초월 적이지만 허세롭지 않은 순수함에 놀라고 화려하고 폭넓은 시어의 기술에 한 번 더 놀란다. 시를 쓰면서 중년을 맞이한 강인수 시인의 첫 시집 출판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준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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