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미학美學

엉금엉금 뚜벅뚜벅

대지가 비명 지르는 뙤약볕 아래서도

나무가 통곡하는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칼바람이 작두 타는 혹한의 추위에도

남생이는 꿋꿋이 한길을 걷는다

날쌘돌이 토끼가 쌩하니 질주하고

고래고래 고라니가 겅중겅중

똘똘이 다람쥐가 후다닥 앞질러 가도

남생이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중략>

거북 남생이는 기나긴 여정을 항해하면서 깨달은 걸까?

지구상에 공존하는 수백만 종의 생명체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저마다의 색과 빛깔을 빚어내며

세상을 더욱 진기하고 풍요롭고 아름답게 빛내는 자연의 섭리를

그래서일까, 남생이는 싱긋 웃으며

오늘도 험난한 세상 길을 뚜벅뚜벅 헤쳐 나간다

*남생이: 한반도에 자생하는 민물거북으로 2005년 3월 1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시 읽기>

자연에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기, 남생이라는 민물 거북이가 있습니다. 2억여 년 전부터 지구상에 출현한, 호모사피엔스보다 먼저 세상에 존재한, 인간보다 수명이 긴 몇 안 되는 동물입니다. 백 년을 헤아리기도 힘든데, 2억 년의 시간을 어떻게 가늠할까요? 불가능의 영역같지만, 남생이가 걸어 온 한 걸음 한 걸음에는 “세상을 더욱 진기하고 풍요롭고 아름답게 빛내는 자연의 섭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마치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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