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물류 마비 및 공급망 붕괴
원자재 가격 50% 폭등에 국내외 공급처 ‘불가항력’ 선언 속출
다운스트림 업계, 정부에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유예 긴급 촉구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 격화로 촉발된 글로벌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 공급망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산업계가 심각한 원자재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글로벌 핵심 물류 척추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폐쇄 위기로 치닫으면서 플라스틱 원자재 공급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최대 50%까지 치솟고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대규모 해고(PHK)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돈이 있어도 못 구한다”… 식음료·의약품 포장재 가격 50% 급등
현재 인도네시아 다운스트림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급변하는 원자재 재고 상황에 맞춰 생산 라인을 간신히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다운스트림 플라스틱 제조업체 협회(Aphindo)의 헨리 샤블리에(Henry Chavelier) 회장은 현재의 생산 활동이 기업이 기존에 확보해 둔 원자재 재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헨리 회장은 지난 2026년 4월 6일(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업계는 보유한 원자재에 전적으로 의존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재고가 있거나 다소 불리한 가격에라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고객사에게 현재 확보 가능한 원자재 양과 그에 따른 변동된 가격을 제시하고 생산 진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원자재 수급 상황과 달리, 현재는 가격의 천문학적인 급등은 물론 원자재 자체를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이러한 원자재 대란의 충격파는 이미 소비자와 밀접한 다운스트림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식음료 산업을 비롯해 의약품, 보충제,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포장재 가격이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헨리 회장은 “식음료 포장재의 경우 가격 상승률이 이미 50%에 육박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약품, 보충제, 화장품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필요로 하는 전 산업군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물류 마비, 국내외 공급처 ‘불가항력’ 선언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자금력이 있어도 물건을 제때 공급받을 수 없는 글로벌 물류의 붕괴다. 헨리 회장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위험으로 인해 기업들이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더라도, 실제 공급망이 작동하지 않아 고객사와의 신규 계약 체결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상 운송의 위험성 증가도 수입 차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 보증을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운사들 역시 해당 노선의 운항을 기피하고 있어 플라스틱 원자재 수입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수입 다변화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그간 인도네시아 업계는 베트남,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역내 국가들로부터 원자재를 대체 수입해 왔으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극에 달하자 이들 국가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출을 전면 보류하고 있다. 헨리 회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납작 엎드려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그들 역시 자국 내 수급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인도네시아로 원자재를 수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국내 업스트림 산업의 상황도 절망적이다. 헨리 회장에 따르면 국내 다수의 대형 석유화학 제조업체들마저 중동 갈등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 상황을 선언하며 공급 계약 이행 불가를 통보하고 있다. 그는 “찬드라 아스리(Chandra Asri)나 롯데(Lotte)와 같은 주요 공급사들은 이미 불가항력 성명을 발표해 신규 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향후 1~3개월 공급 계약을 선결기 체결한 고객사조차 물량이 50%까지 삭감되어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일단 버티지만 한계 도달”… 수천 명 대규모 해고(PHK) 임박
이러한 전방위적인 생산 차질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고용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원자재 부족과 단가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기존 고객과의 계약을 어떻게든 이행해야 하는 산업 관계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헨리 회장은 “비록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여러 산업 현장에서 인력 감축의 징후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며, “일부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은 ‘일단 버텨보자’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대다수의 다운스트림 플라스틱 영세·중견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해고(PHK)라는 비극적인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 업계, 정부에 긴급 SOS… “관세 인상 대신 비관세 혜택과 수입 규제 유예 절실”
업계 붕괴를 막기 위해 Aphindo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플라스틱 원자재 수입에 대한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정책의 한시적 연기를 포함한 비관세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헨리 회장은 “정부는 비관세 장벽 혜택을 통해 다운스트림 업계가 겪고 있는 원자재 비용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저렴한 원자재가 원활히 공급되어야만 국내 업스트림 산업 역시 해당 원자재를 흡수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입 관세 인상 등 관세 기반 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관세 인상은 다운스트림 산업의 생산 비용 부담만을 가중시켜 현재의 숨 막히는 압박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헨리 회장은 산업부와 무역부를 향해 “정부가 즉각적으로 다운스트림 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산업 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다. 대규모 해고의 위협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며, “불확실한 지정학적 위기가 안정될 때까지 플라스틱 원자재 수입에 대한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조치를 즉각 일시 연기하거나 취소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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