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섬유 산업, 이란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 위기 경고

인도네시아 섬유 봉제공장

모노에틸렌글리콜 85% 중동 의존…분쟁 장기화 시 가격 급등 불가피, 수출 시장 동시 압박 우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중동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섬유 및 섬유제품(TPT·Textile and Textile Products) 산업이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업계는 중동산 원자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물류 비용 상승, 수출 시장의 동시다발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 중동산 MEG 의존도 85%…공급망 취약성 수면 위로

인도네시아 필라멘트 섬유·사 생산자협회(APSyFI·Asosiasi Produsen Serat dan Benang Filamen Indonesia) 회장 레드마 기타 위라와스타(Redma Gita Wirawasta)는 지난 3월 6일(목)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이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모노에틸렌글리콜(MEG·Monoethylene Glycol)에 대한 의존도가 전체 수입량의 약 85%에 달한다고 밝혔다.

MEG는 폴리에스터를 비롯한 합성 섬유의 핵심 원자재로, 인도네시아 TPT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처럼 단일 지역에 대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구조적 취약성은, 중동 지역에 지정학적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국내 섬유 산업 전체가 즉각적인 공급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드마 회장은 “원자재 측면에서 우리는 MEG의 약 85%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분쟁으로 인해 유통 차질이 발생할 경우 원자재 공급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유럽으로의 수출도 물류 비용 증가와 운송 시간 지연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분쟁이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물류 통로의 봉쇄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 지역을 경유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출발하는 원자재 해상 수송 전반에 연쇄적인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원자재 자체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 재고 2개월 수준 확보…장기화 시 가격 상승 압력 불가피

현재로서는 국내 MEG 재고가 약 2개월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즉각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분쟁이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레드마 회장은 “현재 MEG 재고는 2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급 측 차질로 인해 MEG 가격이 오를 것은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산 원자재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중국 원유 공급이 줄어든 데다 이란산 가스 공급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중동 분쟁이 단순히 인도네시아와 중동 간 양자적 공급망 문제에 그치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의 원자재 수급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은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에 있어 MEG 이외 다수의 원자재 및 중간재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인 만큼, 중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도네시아 TPT 산업의 생산 비용 구조에 이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공급 다변화 시동…말레이시아 대안 부상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섬유 업계는 중동에 집중된 MEG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로,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도 소량의 MEG를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해온 이력이 있어 수입처 전환에 따른 행정적·물류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레드마 회장은 “말레이시아로 수입처를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며 “가격은 확실히 중동(아랍)산이 더 저렴하고, 말레이시아산이 조금 더 비싸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기존에도 소량이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에 수입처 전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말레이시아 역시 자체 생산 능력의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동시에 중동산 원자재의 대안을 찾을 경우 말레이시아산 MEG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몰려 가격이 단기간 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공급원의 다각화와 함께 국내 MEG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방향도 병행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제 테레프탈산(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등 폴리에스터 생산에 필요한 또 다른 핵심 원자재는 국내 조달 비중이 95%에 달해 공급 차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레드마 회장은 “PTA 등 다른 주요 원자재는 95%가 국내에서 공급된다”고 밝히며, 공급망 취약성이 현재로서는 MEG에 집중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 수출 시장도 ‘이중 위기’…유럽·미국 동시 압박

원자재 공급망 문제와 함께, 인도네시아 TPT 산업의 수출 시장도 동시다발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어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TPT 수출의 약 30%는 유럽으로, 40%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 두 시장이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조다.

유럽 시장의 경우, 중동 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등 중요 해상 물류 루트가 불안정해질 경우 운송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 수출 경쟁력이 직접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 2023~2024년 홍해 위기 당시 수에즈 운하 우회로 인한 물류 비용 급등이 인도네시아 섬유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바 있는 만큼,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경우 그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은 상호 관세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별도의 무역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관세 인상이나 무역 제한 조치가 단행될 경우, 인도네시아 섬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처럼 주력 수출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의 압박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위기’ 시나리오는 단순한 원자재 공급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드마 회장은 “이는 생태계 전반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 국내 시장 잠식도 심각…수입산 60% 차지

수출 부문의 위기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압박도 인도네시아 TPT 산업이 직면한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인도네시아 국내 섬유 시장에서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내 섬유 기업들이 정작 자국 시장에서조차 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섬유 수출국들이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이른바 ‘덤핑’ 수입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국내 생산자들이 수입산에 비해 높은 생산 비용 구조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국내 섬유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레드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성과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 수입 제품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국내 산업이 장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 요청을 넘어, 불공정 덤핑 수입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강화, 원산지 규정 엄격 적용, 국내산 우선 구매 정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의 도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업계, 정부에 재정 지원 패키지 요구

공급망 위기와 수출 시장 압박, 국내 시장 잠식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인도네시아 TPT 산업은 정부를 향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업계가 제시한 핵심 지원 수단에는 생산세 감면을 위한 PPnDTP(사치품 부가가치세 면제) 적용 확대, 전기요금 할인, 그리고 금융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이자 보조금 지원 등이 포함된다.

레드마 회장은 “정부가 PPnDTP, 전기요금 할인, 이자 보조금 등 덤핑 수입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이나 기타 보조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는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낮추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섬유 기업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중국, 베트남 등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금융 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 지원을 통해 이러한 생산 비용 구조적 불리함을 해소하지 않는 한, 외부 충격에 대한 산업의 취약성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전문가 진단…구조적 대응책 마련 절실

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분쟁이 인도네시아 TPT 산업에 가하는 충격이 단기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그간 누적되어온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원자재의 특정 지역 편중, 수출 시장의 양대 시장 집중, 국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위기의 심도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TPT 산업은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수백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산업이었으나,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신흥 섬유 수출국과의 경쟁 격화, 노동 비용 상승, 기술 혁신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년간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어 왔다. 이번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위기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산업에 또 다른 큰 짐을 얹는 격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위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조달 다변화 및 국내 원자재 생산 능력 확충, 수출 시장 다각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산업 고도화, 친환경·스마트 제조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TPT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정부, 업계, 금융기관,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산업 발전 협의체 구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으나, 섬유 산업이 인도네시아 제조업 및 고용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조속한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가 신속히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행에 옮길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인도네시아 TPT 산업이 직면하는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이 결정될 것인 만큼, 업계와 정부 모두 긴밀한 공조 아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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