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인 구출 작전’ 합동 대응 TF 구성…. 64명 송환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16일 0시를 기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하고 여타 지역에 대해서도 기존의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한다고 15일 밝혔다.

‘고수익 미끼’ 취업사기에 갇힌 한국인 64명, 전세기로 국내 송환…기내에서 전원 체포

한-캄보디아, 정보·증거 공유 및 범죄자 신속 송환 위해 정례 회의 추진 합의

사망 대학생 사건 부검 공동 실시…범죄 연루자 ‘재입국 금지’ 블랙리스트도 추진

최근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빙자한 취업사기로 한국인 다수가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되는 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정부가 초국가적 범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국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수사 정보 공유, 범죄자 신병 확보 및 송환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현지에 감금된 우리 국민 구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의 첫 가시적 성과로, 캄보디아 현지 범죄 조직에 연루되어 구금 상태에 있던 우리 국민 64명이 18일 새벽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전격 송환됐다. 이들은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국적기 탑승과 동시에 우리 경찰에 의해 전원 체포되었다.

‘합동 대응 TF’ 출범…범죄 소탕·구조 작전 본격화

정부합동대응팀을 이끌고 캄보디아를 방문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17일(현지시간) 수도 프놈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합의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김 차관은 “써 소카 캄보디아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온라인 사기, 납치, 감금 등 신종 범죄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합동 대응 TF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서 브리핑하는 정부합동대응팀
  • (프놈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오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정부합동대응팀을 이끄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왼쪽)과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17

양국은 다음 주 중 경찰 당국 간 실무 협의를 거쳐 TF의 정식 명칭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TF는 향후 정례 회의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 및 증거 공유 ▲범죄 연루 한국인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정보 교환 ▲피해자 구조 작전 공조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게 된다.

특히 써 소카 부총리는 김 차관과의 면담에서 “캄보디아 전국 경찰서에 범죄 조직 근거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지시했으며, 수색 과정에서 한국인을 발견할 경우 즉각 구조하라”는 강력한 지침을 이미 하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캄보디아 측은 자국에서 범죄에 연루되어 추방된 한국인에 대해 재입국을 원천 차단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우리 측에 전달했다. 이에 김 차관은 캄보디아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 협력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한국이 보유한 선진 범죄 대응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화답하며 양국 간 신뢰 기반의 협력을 약속했다.

다만, 당초 우리 경찰이 범죄 조직 밀집 지역인 시아누크빌에 추진하려 했던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 파견) 설치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대해 브리핑에 동석한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코리안데스크는 양국이 TF라는 확장된 개념으로 협력하기로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체된 것”이라며 “명칭에 얽매이기보다 실질적인 공조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대 규모 송환…전세기 탑승과 동시에 ‘철창행’

이번 양국 간 공조 강화의 상징적인 조치로, 캄보디아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 경찰에 구금되어 있던 우리 국민 64명이 18일 새벽 1시 15분(한국시간 오전 3시 15분) 프놈펜 테초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해 국내로 송환길에 올랐다.

캄보디아 한국인 구금자들 태우고 전세기 향하는 버스
  • (프놈펜=연합뉴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 탑승한 버스가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테초국제공항에서 송환을 위해 마련된 전세기로 향하고 있다. 2025.10.18

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으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경찰은 국적법상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항공기 내에서 이들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전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한 국가에서 단일 작전으로 이처럼 많은 수의 범죄 피의자를 집단 송환한 것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이며, 규모 면에서는 사상 최대다.

이번에 송환된 64명 중 59명은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 조직 소탕 작전 과정에서 검거되었으며, 나머지 5명은 감금 상태에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스스로 신고해 구조된 인원이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도착 즉시 각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로 압송되어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된다.

잇따른 비극, 근절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 대두

한편,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감금된 채 고문을 받다 사망한 한국인 대학생 A씨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국내에서 A씨를 유인하는 데 관여한 대포통장 모집책 2명을 추가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의 시신은 오는 20일 프놈펜의 한 사원에서 양국 법의학팀이 공동으로 부검을 진행한 뒤, 신속히 화장하여 유해를 국내로 송환하기로 캄보디아 측과 합의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2023년 220건, 올해는 8월까지만 33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번 한-캄보디아 합동 대응 TF 구성과 대규모 피의자 송환은 날로 지능화·국제화되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국 간의 긴밀하고 체계적인 사법 공조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사회부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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