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뒤흔든 ’17+8 국민 요구안’, 저항의 상징으로 분홍·녹색 물결

인도네시아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17+8 국민 요구안(17+8 Tuntutan Rakyat) 운동 이미지. 2025.9.2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 변경 운동으로 ‘용감한 분홍’과 ‘영웅의 녹색’ 확산

정부·국회·경찰 등 국가기관 전반에 걸친 강력한 개혁 요구 담겨

과격 시위가 중단되면서 최근 인도네시아 소셜 미디어가 저항의 상징으로 분홍색과 녹색의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 이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이 두 가지 색상으로 일제히 변경하며,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재 디지털 공간에서 거세게 확산 중인 ’17+8 국민 요구안(17+8 Tuntutan Rakyat)’ 운동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운동은 단순한 온라인상의 움직임을 넘어, 인도네시아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좌절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이 운동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으며, 시민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희생과 희망의 상징, ‘용감한 분홍’과 ‘영웅의 녹색’

이번 운동의 시각적 정체성이 된 분홍색과 녹색은 최근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용기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이 된다는 것(Menjadi Manusia)’의 공동 창립자 레비나 푸르나마데위에 따르면, 분홍색은 ‘용감한 분홍(Brave Pink)’으로 명명되었다.

분홍색 히잡을 쓴 여성이 2025년 8월 29일 금요일 자카르타 의사당 시위에서 진압하는 경찰과 맞서고 있다. 사진 안타라 통신

이는 시위 진압 병력 앞에서 홀로 용감하게 맞섰던 여성 시위 참가자 ‘아나’ 씨의 히잡 색에서 유래했다. 레비나는 콤파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나 씨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웠으며, 이는 사회 모든 계층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녹색은 ‘영웅의 녹색(Hero Green)’으로 불린다. 이 색은 시위 도중 기동경찰(Brimob)의 전술 차량에 치여 사망한 오토바이 택시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의 헬멧 색상에서 가져왔다.

인도네시아 전국 온라인 오토바이 택시(오졸) 고젝(Gojek) 및 그랩(Grab)

레비나는 “녹색은 아판의 희생을 기리며, 그 상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힘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색상은 이제 희생에 대한 추모를 넘어, 부당함에 맞서는 모든 시민의 용기와 연대를 나타내는 표식이 되고 있다.

국가 대개혁 요구… ’17+8 국민 요구안’의 핵심 내용

’17+8 국민 요구안(17+8 Tuntutan Rakyat)’은 크게 ▲프라보워 대통령 ▲국회(DPR) ▲정당 ▲경찰청(Polri) ▲국군(TNI) ▲경제 부처 등 국가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한 17개의 단기 요구안과, 2026년까지 이행해야 할 8개의 장기 개혁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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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책임 추궁 및 개혁 요구

요구안의 최우선 과제는 최근 시위에서 발생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시민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민간 보안 업무에서 국군(TNI)을 즉시 철수시키고, 시위 참가자에 대한 범죄화를 중단할 것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시위 중 발생한 아판 쿠르니아완 등 모든 희생자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팀을 구성하여 투명하게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경찰청과 국군을 향한 요구는 더욱 구체적이다. 경찰에는 구금된 모든 시위 참가자의 즉각적인 석방, 폭력 진압 중단 및 표준운영절차(SOP) 준수, 폭력 행위에 가담한 모든 경찰관 및 지휘관의 사법 처리를 요구했다. 국군에게는 즉시 병영으로 복귀하여 민간 영역에 개입하지 말 것과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라고 명시했다.

2. 국회와 정당의 특권 내려놓기 및 윤리 회복 촉구

국민의 분노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요구안은 국회를 향해 의원 급여 인상 동결 및 신규 편의 시설 철회, 예산의 투명한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부패방지위원회(KPK) 조사를 포함하여 문제가 있는 의원들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각 정당 대표들에게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비윤리적 행위로 물의를 빚은 소속 의원을 즉각 제명하거나 강력 징계하고,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소속 의원들이 시민사회와의 공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3. 민생 안정과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과제

경제적 불평등과 민생 불안 문제 역시 요구안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경제 부처에는 교사, 노동자, 보건의료 인력, 오토바이 택시 기사 등을 포함한 모든 노동력에 대한 적정 임금을 보장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대규모 해고 방지 긴급 조치 마련, 계약직 노동자 보호, 최저임금 및 아웃소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과의 대화 개시 등 구체적인 민생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미래를 위한 장기 개혁… ‘부패 자산 몰수법’ 제정 등 8대 과제

단기 요구안과 더불어, 2026년 8월 31일까지 이행해야 할 8대 장기 개혁 과제도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국회 대대적 숙정 ▲정당 개혁 및 행정부 감시 기능 강화 ▲공정한 조세 개혁 ▲부패 자산 몰수법 제정 및 부패방지위원회(KPK) 독립성 강화 ▲경찰 및 국군 조직 개혁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 등 독립 감독기구 강화 ▲경제·노동 정책 재검토 등이 포함되어, 인도네시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17+8 국민 요구안’ 운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결집하고 확산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분홍색과 녹색으로 상징되는 이 시민들의 목소리가 단순한 외침으로 그칠지, 아니면 인도네시아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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