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넘게 자취를 감춰 전설 속 동물로 여겨졌던 ‘술라웨시산 날개구리’가 다시 발견되며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개구리는 기존에 알려진 아종이 아닌, 술라웨시 고유의 신종으로 공식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청(BRIN) 소속 연구원 알람샤 엘랑 N.H.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8월 북술라웨시 상이헤섬 일대에서 진행된 탐사 중 이 희귀한 날개구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발견된 개구리의 유전적·형태적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개구리가 기존에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등지에 널리 분포하는 ‘라코포루스 파르달리스(Rhacophorus pardalis)’의 아종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 개구리의 지위를 독립된 신종으로 격상하고, ‘라코포루스 리소케팔루스(Rhacophorus rhyssocephalus)’라는 새로운 학명을 부여했다.
‘날개구리(Flying Frog)’라는 이름은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박물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그의 저서 《말레이 군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완전한 형태의 물갈퀴가 있어, 나무 사이를 점프할 때 이를 낙하산처럼 펼쳐 활공하는 독특한 능력에서 유래했다.
지난 6월 5일 온라인으로 열린 ‘SOS#66: 술라웨시 날개구리’ 토론회에서 알람샤 연구원은 “라코포루스 속은 인도에서부터 동남아시아를 거쳐 일본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술라웨시섬이 이들의 최동단 서식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술라웨시섬은 독특한 지질학적 역사 덕분에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꼽힌다. BRIN 생물계통진화연구센터장 아리프 누르칸토는 “술라웨시섬은 아시아판, 인도-호주판, 태평양판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되었고, 역사상 다른 대륙과 완전히 연결된 적이 없어 고유종의 비율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20년간의 연구 결과, 술라웨시의 날개구리들은 모두 해당 지역 고유종이며,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틱 무늬가 있는 ‘갈색 바틱 그룹’ △검은 물갈퀴를 지닌 ‘검은 물갈퀴 그룹’ △몸집이 작고 연두색을 띤 ‘녹색 그룹’ △뺨에 흰 반점이 있는 ‘흰 뺨 그룹’이 그것이다.
이번 발견으로 술라웨시에서 공식 확인된 라코포루스 속 날개구리는 총 5종으로 늘어났다. 이는 술라웨시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파푸아 다음으로 신종 발견 건수가 많은 지역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아리프 센터장은 “이번 발견은 술라웨시와 인도네시아 전체의 복잡하고 풍부한 양서류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고유종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의 진화와 생태를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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