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협정(ART)’ 전격 체결… 팜유·반도체 등 전략 물자 무관세화
섬유산업은 ‘관세율 할당(TRQ)’ 적용, 400만 근로자 수혜 기대
양국 ‘무역투자위원회’ 신설로 분쟁 조정 및 시장 감시 체계 구축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양국 무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포괄적 관세 협정을 체결했다. 농업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는 1,819개 품목에 대해 관세 장벽을 허물고, 양국 간 통상 현안을 조율할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제 동맹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일 자카르타에서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미-인도네시아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향하여(Toward a New Golden Age for the US-Indonesia Alliance)’라는 기조 아래 ‘상호 관세 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ariff, 이하 ART)’ 및 ‘상호 무역 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rade)’에 공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 농산물부터 첨단 부품까지… 1,819개 품목 무관세 혜택
이번 협정의 핵심은 인도네시아산 1,819개 품목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이다. 아이르랑가 장관은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천 개의 무관세 품목에는 농업과 제조업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 상품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주력 수출품인 팜유, 커피, 카카오, 향신료, 고무 등 1차 산품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자기기, 항공기 부품 등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제품들도 무관세 혜택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인도네시아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대미 수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섬유 및 섬유제품(TPT) 부문에 적용된 ‘관세율 할당(Tariff Rate Quota, TRQ)’ 제도다. 이 제도는 일정 물량까지의 인도네시아산 섬유 및 의류 제품에 대해 0%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단, 해당 쿼터 물량은 인도네시아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면화, 인조섬유 등 원자재 수입량에 연동되어 결정된다는 상호 호혜적 조건을 달았다.
아이르랑가 장관은 “이 조치는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 400만 명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며,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2,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국민 생계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밥상 물가 안정 위한 상호주의… 美 대두·밀 수입 관세도 0%
인도네시아 역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0% 관세 혜택을 제공한다. 주된 대상은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지만 식품 산업의 필수 원자재인 농산물이다.
아이르랑가 장관은 “국민들이 대두나 밀을 원료로 하는 국수, 두부, 템페(Tempe) 등의 식품을 소비할 때 관세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며 “미국산 원자재 수입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없애 서민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역투자위원회’ 신설… WTO 제소 전 선제적 분쟁 해결
양국은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무역 관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무역 및 투자 관련 이슈를 전담할 ‘무역투자위원회(Council of Trade and Investment)’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무역 분쟁 발생 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 분쟁 절차를 밟기 전, 양국이 먼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1차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급격한 수입 물량 증가나 덤핑 의혹 등 시장 교란 요인이 발생할 경우, 위원회 차원에서 즉각적인 논의와 조율이 이루어진다.
아이르랑가 장관은 “미국 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되거나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WTO 규정을 적용하기에 앞서 위원회에서 먼저 협의할 수 있는 감독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 경제 무관세 합의… 제3국 개방성도 유지
한편, 양국은 WTO 내에서의 입장을 반영하여 전자적 경제 거래(Digital Economy Transactions)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이러한 혜택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유럽 등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르랑가 장관은 “이번 합의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향후 WTO 각료회의에서 전자상거래 관세 유예(모라토리엄) 연장을 추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포괄적 관세 협정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양국이 실리적 경제 협력을 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 제조업, 디지털 경제를 아우르는 이번 합의가 양국 경제에 어떠한 실질적 성장을 가져올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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