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문학산책] 수필부문 우수상 이재현 「좋은 음식의 의미」

<경력>
현대자동차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서 4년째 근무 중

<수상 소감문>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4년을 채워갑니다.

이곳에서의 삶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는 타국에서 삶은 역설적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해와 그리움의 마음들을 글에 담아보고자 했는데, 충분히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께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좋은 평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수상 수상작> 좋은 음식의 의미

우연히 클릭한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한 남자가 20년 넘게 중학교 급식 담당으로 일해 오신 본인의 어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평생 그 일을 해오셨다고 한다.

‘좋은 음식은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 위한, 필요조건일까 충분조건일까?’. 이과 출신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이런 생각을 떠올린 나 자신의 모습이 우습다고 생각하다가, 그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본다.

일 때문에 가족과 함께 이곳 자카르타로 넘어온 것도 벌써 3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한국과는 많이 달라진 생활환경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하는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인도네시아 사람들 특유의 친절함과 나보다 먼저 이곳 생활을 시작한 인생 선배님들이 닦아 놓은 기반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기름지고 간이 센 인도네시아 음식은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더욱이, 잘못 먹은 음식으로 인하여 주기적으로 배탈로 고생하다 보니, 세계 최고의 음식으로 ‘른당’과 ‘나시고랭’이 뽑혔다는 미디어의 발표가 영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음식만이 원인은 아니겠지만, 한국인에 비해 10년 이상 낮은 인도네시아인의 평균 기대수명을 봐도 그렇고 기름진 인도네시아 음식 자체가 건강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좋은 음식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인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 바르게 자란다고 했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사람은 바르게 자라지 않는 것일까? 물론, 우문이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는 직접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했다.

나의 어머니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셨는데, 개점 준비를 위해 항상 아침 시간이 바쁘셨음에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직접 도시락을 싸 주셨다. 다만, 나는 자주 도시락 반찬에 뾰로통하곤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맛있는 소시지를 반찬으로 싸가고 싶은데, 어머니는 항상 불고기를 볶거나 손수 동그랑땡을 만들어 부쳐 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반찬을 나눠먹을 때면 내 반찬은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루는 어머니께 햄버거를 너무 먹고 싶다고 졸랐는데, 어머니께서 직접 고기 완자를 크게 빚어 양상추와 몇 가지 야채를 넣어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주셨고,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마음에 참지 못했던 반찬 투정과는 별개로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정성은 분명 나에게 와닿았던 듯하다. 맛이 있든 없든 어머니가 싸 주신 도시락은 깨끗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더 나아가 ‘나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골칫거리가 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나는 유튜브 속 강연자의 어머니가 말씀하신 ‘좋은 음식’을 먹고 또 느끼며 자란 것이다.

내가 ‘바른 사람’으로 자랐다고 섣부르게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을 향한 정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음식으로 표현된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근길 차창 밖으로 작은 리어카에서 음식을 사고 있는 인도네시아 가족이 보인다.

무슨 음식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이를 둘러업은 한 여인이 리어카 주인에게 봉지에 담긴 무엇인가를 건네받고, 다시 그것을 손을 부여잡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아이에게 건넨다. 그리고 아이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물론, 길거리 노점상에 파는 저 음식이 충분한 영양소를 담고 있지는 않을 것이며, 위생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맛있게 먹어 주기를 바라며 음식을 건네는 저 여인의 마음에는 ‘사랑’이 담겨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만약, 내 추측이 옳다면, 저 여인이 아이에게 건넨 저 음식이 바로 ‘좋은 음식’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좋은 음식을 먹고 자라는 저 아이는 바르게 자랄 것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

집에 도착하여 집사람과 딸아이가 외출한 틈을 타 라면 냄비에 물을 끓이면서, 문득 ‘라면 먹지 말고 밥 챙겨 먹어라!’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

<심사평>
두 번째 우수상으로 선정한 이재현의 <좋은 음식의 의미>는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느낌들이 필력이나 문장력으로 내공이 엿보인다. 작가로서 잠재력을 보여줄 정도로 주제가 괜찮았다.
심사: 서미숙(글),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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