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퇴출’ 가상화폐 채굴업, 동남아 쇄도…”라오스선 전력 ⅓”

가상화폐 채굴 컴퓨터

저렴한 전기요금·인프라 등 강점…채굴기 생산업도 말레이 등지로 이동

한때 세계 가상화폐 채굴의 중심지였던 중국에서 쫓겨난 채굴업체들이 동남아로 몰려들고 있다.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 탄중 마니스의 한 공단에서는 과거 벌목회사가 문을 닫은 뒤 오랫동안 방치됐던 부지에 지난해 채굴업자들이 입주했다.

이제 이곳에서는 1천개 이상의 채굴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수백 기가 추가 설치를 앞두고 있다.

또 인근 쿠칭시에는 다른 채굴업자가 옛 철강공장과 플라스틱 공장 자리에 작업장을 설치 중이다.

탄중 마니스에서 채굴 작업장을 돌리는 채굴업체 비트유(Bityou)의 소유주 피터 림은 중국에서 1만 개의 채굴기를 갖춘 대규모 채굴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2021년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해 중국 채굴장이 강제로 폐쇄되자 그는 이곳을 새 사업장으로 골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세계 채굴량의 약 75%를 차지할 정도로 과거 가상화폐 채굴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 관련 거래를 금지하자 세계 채굴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림의 동료인 앨릭스 로도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작업장에서 돌리던 채굴기 3천여개를 모두 압수당했으며, 그가 지분을 가진 쓰촨성의 대규모 작업장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이제 동남아 각국에서는 수력발전소 인근 또는 문을 닫아 방치된 쇼핑몰·공장 등지를 중심으로 채굴장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림은 동남아의 전기요금이 비교적 싼 데다가 전력 공급 등 관련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어서 채굴업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력발전 산업이 성장하는 라오스의 경우 국영 라오스전력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채굴업자들이 몰려들어 가상화폐 채굴업은 현재 라오스 전국 전력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또 과거 중국 선전·광저우에 대부분 몰려 있었던 채굴기 생산업체들도 동남아의 채굴기 수요 급증과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등에 대응해 동남아로 속속 사업장을 옮기고 있다.

캐나다의 대형 채굴업체 비트팜의 최고채굴책임자(CMO)인 벤 개니언은 “채굴기 대다수는 이제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다”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에도 생산시설이 있으며 미국에도 어느 정도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의 채굴업과 채굴기 생산업은 세계적인 비트코인 가격 고공행진 등에 힘입어 앞으로 상당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자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4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세계 채굴업계의 지난 달 매출액은 9억6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가상화폐 시장조사기관 ‘더 블록 리서치’는 추산했다.

다만 라오스에서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국영 전력회사들이 채굴장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등 변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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