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국인력 전방위 확대…식당 이어 호텔·콘도·요양시설 일한다

고용허가제로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한국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16만5천명으로 정해졌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소원·주방보조원 시범고용 후 확대 검토…인력 송출국 16곳→17곳
식당·광산·벌목장 이어 범위 확대…외국인 요양보호사도 늘어날 듯
외국인력 확대에 노동계는 반발…”일하고 싶은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한국에서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구인난을 겪는 업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외국인력 고용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호텔과 콘도에서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식당, 요양시설, 가사도우미 등 외국인이 일하는 분야는 날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비전문 취업(E-9) 비자와 방문동포(H-2)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일반 고용허가’로도 불리는 E-9 비자는 그간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에 한정돼 발급됐는데, 발급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내년에는 E-9 비자 발급 규모도 역대 최대인 16만5천명이다.

앞서 정부는 E-9 비자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에서 ’10년+α’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발급 범위 추가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호텔·콘도업 현장간담회 참석한 이정식 장관
호텔·콘도업 현장간담회 참석한 이정식 장관

◇ 호텔·콘도서 외국인 일하게 돼…타지키스탄 근로자도 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41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신규 허용업종과 신규 송출국 지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현장 인력난 호소와 외국인력 허용 요구가 이어졌던 호텔·콘도업에 대해 현장 실태조사와 수요조사를 걸쳐 외국인력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호텔업계 등은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회복 추세를 보임에도 코로나19 때 떠난 인력이 돌아오지 않아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해 왔다.

이번 허용 결정에 따라 우선 내년에 서울, 부산, 강원, 제주에 위치한 호텔과 콘도업체가 청소원과 주방 보조원에 외국인력을 시범적으로 고용하게 된다.

이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범사업을 평가해 추가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업종별 협회 등을 통해 직무교육과 산업안전 교육 등을 실시하고, 업황과 고용허가제도 특성 등을 고려한 인력관리 보완대책을 함께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호텔·콘도업 외국인력 고용관리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타지키스탄을 17번째 고용허가제 송출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이날 확정했다.

기존 송출국은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네팔, 미얀마, 동티모르, 라오스로, 2015년 이후 16개국으로 유지돼 왔다.

타지키스탄은 정부·공공기관이 송출업무를 전담해 투명한 송출과 공공성 확보가 가능하고, 입국 전 교육·선발시험 등 송출 인프라와 자체 불법체류 방지대책 등에서 적정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타지키스탄 근로자들은 내년 정부 간 양해각서(MOU) 체결과 현지 전담센터 설치 등을 거쳐 2025년부터 들어온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송출을 희망하는 국가들의 신청을 받아 추가로 송출국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 이어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해 숙련기능인력(E-7-4)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HD현대중공업 방문한 외국인 근로자 가족
HD현대중공업 방문한 외국인 근로자 가족

[HD현대중공업 제공]

◇ 식당부터 요양시설까지…계속 커지는 외국인력 도입 범위

올해까지만 해도 고용허가제로 외국인력을 활용한 업종은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으로 한정됐다.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이 열악해 한국인 노동자가 선호하지 않는 이른바 ‘3D 업종’이 주를 이뤘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빈 일자리는 감소세를 그리고 있지만, 올해 11월 기준으로 19만6천713명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빈 일자리가 메워지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2025년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6%를 기록하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는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가 역대 최대인 16만5천명으로 결정됐다. 허용 업종에도 음식점업, 광업, 임업이 추가됐다.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난 요양시설에서도 외국인력 고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D-10)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요양시설에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영주권 취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법무부와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거주(F-2) 비자와 영주(F-5) 비자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 관련 학과를 졸업한 D-10 비자 보유 외국인은 3천명 정도인데, 한국어 능력과 요양 관련 지식을 갖춘 이들을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도 전날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가사와 요양보호 등 돌봄 분야에도 외국인력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기선 국조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사업주 관리 노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추후 (업종) 확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가사근로 분야의 외국인력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에 필리핀 국적 가사근로자 100명을 시범 도입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당초 올해 말 도입하려고 했는데, 도입 시기는 내년으로 늦춰졌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가사서비스와 육아서비스를 한꺼번에 맡기려 했는데, 이런 가사근로자 업무 범위를 두고 이견이 있어 협의가 길어졌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선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동계 “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주노동자 차별”

노동계에서는 외국인력 확대 기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확대가 능사가 아니다. 지금 환경에서는 이주노동자가 들어오더라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경우 국내노동자 일자리에도 영향이 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 우려된다”며 “국내 노동자도 일하고 싶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로 내국인도 회피하는 업종의 현실 타개책을 이주노동자 확대로 삼은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면서 “일자리의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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