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코피디아 보유 고토 그룹에 2조원 투자…인니 정부 규제에 우회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중국의 틱톡이 인도네시아에서 온라인 쇼핑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 9월 중소기업 보호를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상품 판매를 금지했고, 틱톡은 그다음 달 온라인 쇼핑 사업인 틱톡숍(TikTok Shop) 운영을 중단했다.
틱톡은 11일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Tokopedia)를 통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업 재개는 토코피디아를 소유한 고토그룹(GoTo Group)에 총 15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전자상거래 부문 지배주주가 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양사 발표에 따르면 틱톡은 고토 그룹이 보유한 토코피디아의 지분 75%를 8억4천만 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또 토코피디아의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해주는 등 지분 투자금 포함 총 15억 달러 이상이 투자된다.
틱톡과 고토는 이날 성명을 통해 “토코피디아와 틱톡숍 인도네시아의 사업은 기존의 ‘PT 토코피디아’ 법인으로 통합될 것”이라며 향후 5년 동안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토 그룹은 2021년 인도네시아의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고젝과 토코피디아 간 합병으로 탄생했다.
고토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호출과 배달, 금융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종합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의 국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 기업으로 꼽히며 지난해 4월 상장했다.
하지만 고토 그룹은 상장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고토의 부진에는 틱톡의 빠른 성장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수년 동안 토코피디아, 쇼피 및 라자다와 같은 플랫폼이 지배했는데 틱톡숍이 2021년 사업 개시 이후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틱톡은 인도네시아 가입자 1억2천500만명을 등에 업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틱톡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520억 달러·약 69조원)의 점유율 5%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지난해 매출의 2배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었다.
틱톡에 인도네시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글로벌 시장이며 틱톡숍을 가장 먼저 시범 운영한 곳이다.
이처럼 틱톡이 급성장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9월 토코피디아 등 자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피해를 우려해 SNS를 통한 물건 판매를 금지했고, 틱톡도 틱톡숍을 접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계약을 승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고토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관련 규제 당국의 감독을 통해 시범 기간을 거쳐 시작될 것이라며, 계약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경제금융개발연구소의 타우히드 아마드 전무이사는 이번 거래에 대해 틱톡이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토코피디아에 투자하기가 더 쉬운 길이라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거래로 전자상거래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글과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공동으로 제작한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올해 620억달러(82조원)에서 2030년에는 1천600억달러(21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