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문학상 수상식 후기>
◆ 반성의 기회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
제가 글을 써서 수상을 하게 된 것은 세상에 받을 내딛고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일기장을 쓰고, 학교 방송부 아나운서 활동을 하면서 방송용 원고를 두꺼운 노트 한 권 가득 적어두기는 했지만, 저는 그 외의 글쓰기 활동이나 대회 참가 경험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일화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때 독후감을 내는 방학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언니가 썼던 독후감을 엄마 몰래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독후감으로 상을 타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선생님께는 차마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상장을 받아들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상을 탔다는 괴로움과 독후감으로 상을 탈수 있는 기회가 또 오지 않을 것만 같아 그 상을 그냥 받고 싶었던 욕심이 제 안에서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부족하지만 솔직한 제 실력으로 받게 된 적도문학상이 어린 시절 제 과오에 대한 반성의 기회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하늘이 제게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며 혼자 웃음지어 보았습니다.
◆ 보통사람의 ‘무엇’으로
저는 문학 활동을 해왔던 사람도 아니고 학업으로 공부했던 사람도 아닙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전투적으로 살아오면서 감성적인 것들은 제 내면 어딘가에 깊이 묻어두고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쓴 글에 담은 내용도 대부분 그랬던 제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함 투성이고 서투름이 넘쳐 나는 제 글에서 한 줄기 희망과 가능성을 봐주신 것이 과연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맞는 것인지, 제가 그 자리에 초청받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저로 하여금 계속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그 자리에 계셨던 다른 수상자들은 문학에 대한 작은 불씨 하나씩을 꺼지지 않게 오랫동안 간직해 오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저와 다른 색깔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가졌던 저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습니다.
시상식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려온 시낭송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와~ 문학인들의 모임에서는 시 낭송도 하는 구나.’ 상상도 해보지 못한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저는 시를 나누는 것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그 모습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것,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같이 듣고 싶어 하는 것. 흔한 말로 보통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모습에서 ‘무엇’이라는 것만 조금 다를 뿐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읽고,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이니, 시와 글귀가 그 ‘무엇’이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요?
◆ 삶의 현장을 견뎌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그들의 감수성
말씀 드렸듯이 저는 시상식에 계셨던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계신 분들과는 요즘 말로 ‘결’이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남편이 제게 종종 ‘마른 고목나무’라고 하는 것만 봐도 ‘감수성, 문학성’ 같은 단어보다는 ‘냉정함, 현실적’ 같은 단어들이 저와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 같은 사람도 도전 가능한 유일한 영역이 수필이라 생각하고 겁도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 결과로 시상식장에 부름을 받은 것만으로도 제게는 정말 큰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제게 시상식 후기를 부탁해주시니 사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조금 더 앞섰습니다. 하지만 딸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용기를 다시 얻었습니다. 결이 다르다는 것을 저만의 색깔과 느낌으로 풀어보는 것이 나름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용기를 내어보게 됐습니다.
비록 뛰어난 작문, 표현의 능력과 감수성이 넘쳐나는 글이 아닐지라도 삶의 현장을 견뎌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그들의 감수성으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저의 부족함을 채워 가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신 적도 문학상 시상식에 한 번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글쓴이 한지영은 제 5회 적도문학상 수필부분 「펜데믹 터널을 지나논 우리」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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