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수요가 폭발하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커머스와 로지스틱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도 이르면 3년 후 인공지능(AI) 혁신이 시작될 겁니다.”
동남아시아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인디스캐피털의 판두 자흐리르 파트너와 해럴드 옹 파트너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동남아에서 최대 면적과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새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최소 4개 이상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디스캐피털은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지난 7년간 100여 개 기업에 7억달러 이상(약 8300억원)을 투자한 ‘큰손’으로 통한다.
판두 자흐리르 파트너는 인도네시아 차량 공유업체 고젝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으며 동남아 최대 정보기술(IT)기업인 시그룹의 자회사 쇼피의 인도네시아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의 최연소 이사회 멤버이며 최근 인도네시아 핀테크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해럴드 옹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는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전 세계 네 번째로 큰 IT시장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코로나19가 덮친 이후 매년 2~3개 유니콘이 등장할 정도로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크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로 10년 전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데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돈을 쓰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소비가 활발해진 가운데 모바일 간편결제인 핀테크와 로지스틱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이 파생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동남아의 유니콘이 소비자 중심의 B2C사업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엔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B2B 사업이 싹트는 ‘새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게 두 파트너의 설명이다.
판두 자흐리르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만 해도 IT인프라 개발 단계에 있지만 물류 스타트업들도 어떻게 하면 상품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배송할지를 고민하며 자동화를 빨리 배우고 있다”며 “3~5년 후엔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이를 활용하는 동남아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인도네시아 클라우드 사업 총수익은 6억달러로 싱가포르(18억달러)에 이어 동남아에서 2위를 기록했다. 2025년엔 3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도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8월 인도네시아 커머스 유니콘인 부칼라팍이 자국 시장에 상장해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조달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화제가 됐다.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도 작년 스팩(SAP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고젝과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스타트업 토코피디아가 합병해 탄생한 고투그룹과 여행 스타트업 트라벨로카도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판두 자흐리르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처럼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권 계좌 수가 작년 두 배 이상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런 젊은 개인투자자는 ‘적도 개미’로 불린다. 그는 “복수의결권제도와 주식 양도세 완화 등 스타트업이 유니콘 이상으로 성장하고 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를 돕는 친기업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