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스와프 계약 체결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던 금융·외환시장이 신속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은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원화를 대가로 최대 600억 달러 이내에서 달러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계약 기간은 이날부터 최소 6개월(2020년 9월 19일)이다.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체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한은과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된 2008년 10월 30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통화 스와프 계약은 상설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연준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한국을 비롯해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글로벌 달러화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국내외 가계·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준은 이날 한국·호주·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스웨덴 중앙은행과는 각 600억 달러,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중앙은행과는 각 30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모두 최소 6개월이다.
앞서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등 14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0년 대부분 협정을 종료했으며 캐나다, 영국, 유럽(ECB), 일본, 스위스 등 5개국 중앙은행과만 통화 스와프 계약을 유지해왔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은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며 이는 최근 달러화 수급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화 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달러화가 국내 외국환은행들에 공급되면 최근 환율 폭등의 원인이 된 ‘달러화 가뭄’과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상당 부분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달러화가 부족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40원 뛴 달러당 1,285.7원으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6일 임시 금통위 후 회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외 외환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안정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 효과나 필요성은 익히 잘 알고 있다”며 그 효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600억 달러로 2008년 당시 300억 달러보다 시장 상황과 거래 규모를 봐서 2배로 늘린 것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화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적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외화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적기에 신속히 금융기관 등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전반적인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은 제2의 외환보유고가 생긴 것과 마찬가지”라며 “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려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19일 현재, 총 1천932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양자간 계약의 경우 캐나다(사전한도 없음), 미국(600억 달러), 스위스(106억 달러 상당), 중국(560억 달러 상당), 호주(81억 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 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상당), UAE(54억 달러 상당) 등 8개국과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체제를 통해서도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다자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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