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금강을 나오며-시.공광규 시인

한국문단 특별기고

계곡 상류에서 내려오면서
박달나무 군락에서
상수리나무 군락으로 이어진다

그 아래 음지에서 잘 자라는 서어나무가
골짜기를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에는 연분홍 옆구리 띠와
타원형 반점이 선명한 산천어
버드나무 잎을 닮은 버들치가 있고

산송어와 알록고기
물이 고인 담소에는
옆구리에 주황색 세로띠를 두른 금강모치가 있다

장수하늘소 유충이 산다는
서어나무 줄기와
성충에게 줄기 즙을 젖으로 먹이는 신갈나무

큰 흰줄나비와 네발나비
부전나비가 앉아있는
산기슭

금강산 대장봉 바위틈에서 발견됐다는
무메기름 나물과 금강봄맞이꽃
금강초롱꽃과 도라지 모싯대가 보인다

– 공광규, 서사시 『금강산』 303~304에서

a6-시인 공광규 배경사진시작 노트
최근에 출간된 공광규 시인의 1만행에 가까운, 남북대결 없는 평화통일과 민족사랑 국토사랑의 서사시 『금강산』 제3부 마지막 시다. 시인은 내금강을 거쳐 외금강을 나오면서 여러 종류의 수목과 화초와 곤충을 연쇄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을 가진 것들이긴 하지만 민족의 성산 금강산에 존재하는 생물들이다. 가히 금강산은 식물과 곤충 등 생태의 보고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