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사슬에도 중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장기화로 세계의 생산공장인 중국 내 생산이 멈칫해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부품을 조달 받는 해외기업들까지 도미노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존 공급망 사슬구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중국화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중국 쏠림 현상 탈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중국의 생산·소비시장에 쏠린 글로벌 공급망 사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패권국가 논리에서 비롯됐다. 반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을 경우 벌어질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거론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뉴스는 지난 1년 사이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들도 같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과 태국·말레이시아·홍콩은 0.3%포인트, 일본과 베트남·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호주는 0.2%포인트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자 장밍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올 1·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며 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보고서에서 아시아 경제가 무역과 금융의 연계로 성공적으로 발전했지만 이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지켜본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나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5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말레이시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국 경제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광에 의존하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탈중국 반사이익 기대
중국 제조업계의 생산이 계속해서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과 멕시코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중국으로 갔던 제조업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미국과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로 돌아오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성 병균으로 인한 중국의 불행을 이용할 생각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기업들이 공급망을 살펴본 후 여러 생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외국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 36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해 이번 사태 이전부터 중국 내 사업을 재고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제조기지 이전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로스 장관의 견해와 달리 일부에서는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철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또 얼마나 손실을 입혔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체 공급업체를 찾기가 복잡하고, 18개월~2년이 소요돼 섣부른 탈중국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블루실크 사장 로즈메리 코츠는 중국을 떠나는 제조업체들이 비용절감 때문이라면 다른 아시아로 이전하지 미국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조사에서 아이폰과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27개 기업의 어닝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인 것으로 조사돼 이들 업체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현재 가장 중대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Financia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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