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일 교수 칼럼.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의 의의와 기대

김수일 전 주한 인도네시아 명예영사/부산외대 명예교수

외교 다변화의 상징성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8.-10일 기간 중 2박 3일의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갖는다. 11.10.-11일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과 11.13.-15일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ASEAN +3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아세안의 리더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형식이다.

이번 방문의 의미를 정리해 보면, 큰 지평에서는 문재인 정부 외교의 목표인 “외교의 다변화”를 실현하는 첫 발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4강 외교에 편중된 외교패턴을 다변화시키는 첫 작업을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시키는 일에서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단기적 의미로는, 작금의 엄중한 북 핵 위협에 대한 국제공조를 인도네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강화하고, 나아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무역과 관광수입 감소를 대체하는 돌파구를 아세안 지역에서 모색하려는 데 있다.

정상회담 의제 선정 시 고려요인들
정상회담은 최고결정권자들이 직접 협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회담이기 때문에 그 효율성과 실효성 면에서 다른 고위급회담과 크게 비교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은 국익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의제 선정이 중요하다. 정상회담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너무 의제가 많아도 포커스가 흐트러질 수 있는 단점이 있고, 너무 적어도 귀중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치 못하는 손실이 있다.

최적 의제들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각기 당면한 내외적 요인들은 물론 국제질서와 환경 변화 등의 요인들을 균형 있게 살펴봐야 한다.
우선 양자관계 차원에서 중요한 의제들을 선정하고, 그 다음에 양국의 이해가 수렴되는 지역 및 글로벌 이슈들도 추가할 수 있다.

의제 선정의 전 단계로 인도네시아의 내외적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950년대 북한, 중국, 인도 등과 함께 비동맹(NAM) 창설을, 1960년대에는 아세안(ASEAN) 창설을 주도했고, APEC, ASEM, G-20, MIKTA 등 국제기구에도 적극 참가, 2)평양에도 대사관을 설치하고, 남북한 사이 등거리외교 실행, 3)현 조코위 대통령 정부는 항만, 도로, 철도, 전력, 정유시설 등 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4)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중산층 규모와 내수시장이 급성장, 5)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출범으로 우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전체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 가능, 6)일본과 FTA 체결을 함으로써 FTA 미체결국인 우리나라 제품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 7)국내 산업 보호와 내국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 제품에 대한 비관세 수입 장벽을 높이고, 교민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강화하는 등이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적 팩터들로서는 북 핵 및 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 고조,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한 한·미 FTA 재협상 위기,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무역 및 관광 등 경제적 손실 등이다.

그리고 양국의 이해가 수렴되는 최근의 지역 및 글로벌 이슈들로는 북 핵 및 미사일 개발로 인한 동북아 지역 및 세계정세의 위기, 영국의 Brexit와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 무역질서의 변화 조짐, 4차 산업혁명이 양국의 산업과 사회변화에 미칠 영향 등이 있다.

주요 관심사와 정상회의 의제들

따라서 위에 적요한 바와 같은 양국을 둘러싼 내외적 요인들을 감안하여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예상되는 주요 의제들로는, 1)전통적인 의제들인 에너지·자원, 교역·투자, 산림, 수산, 인프라 건설, 방산 분야 등에서의 협력 증진, 2)국내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새롭게 협력 필요성이 제기되는 비전통적인 분야들, 즉 금융, 교육, 의료, 관광, 신재생에너지,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등에서의 협력, 3)북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공조를 위해 UN, APEC, ASEAN, NAM, ASEM 등 다자기구에서의 협력, 4)장기간 정체상태에 빠진 양국 간 투자 및 교역증대 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대두될 수 있는 의제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최근 5-6년 간 지속되고 있는 양국 간 경제협력의 후퇴와 교민들이 취업 및 체류 비자획득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정상회담의 의제로 채택하는 일 등이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에는 5만여 명의 우리 교민들이 거주하여 교민사회가 활력이 넘쳤으나, 최근 들어 그 수가 3만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였고, 교역 규모도 2011년도에 300억 달러에 도달한 후,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6년이 지난 2016년의 양자 교역량이 2011년 수준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을 정도로 매우 실망스런 현실이다.

양국관계 발전 저해요인 해결로 전환점 모색
이러한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산업보호 및 자국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비자 유효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규제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활성화와 자국민 권익보호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규제의 완화를 정중하면서도 완곡히 요구한다면 인도네시아 정부도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시기는 어느 때보다 전례 없이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경제 관광 분야의 공동화 현상이 크게 느껴지는 시기이고 보니,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력이 더 절실하다. 이럴수록, 더욱 알찬 정상회담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양국 간 친선과 협력 증진에 기여할 대통령과 영부인의 다양한 부대 행사 등 전 일정에 걸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문화와 풍습, 국민성의 차이에 유의

마지막으로 우리 대표단은 정상회담은 물론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외교적 지혜와 테크닉도 항상 예비해 둬야할 것이다. 특히, 현지의 종교와 문화, 국민성이 우리와 사뭇 상이하기 때문이다. 상대국 지도자의 퍼서낼리티와 정서, 취향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 사회의 문화와 풍습, 전통적 외교 노선과 시각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학습을 통해 소통과 이해의 폭을 넓혀 성공의 완성도도 함께 높이는 지혜와 외교술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합리적이고 주도면밀한 준비와 정확하고 빈틈없는 진행으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양국 경제협력 증진은 물론, 문재인 정부 외교 다변화의 빛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하며 기원한다.

* 필자는 한국외대 인도네시아과를 졸업하고 부산외대 인도네시아학과 교수/학장/대학원장, 주한인도네시아 명예영사,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고문,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주 동티모르 대사, 대학총장, 산림청자문위원장, 문재인 대선 캠프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한 국내 최고의 인도네시아 전문가로서 양 국에 지도층 인사들간 폭넓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인도네시아 전문가로서 양 국 관계증진에 기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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