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별했기에
벗겨 나가는 것들에 끝난 사랑을 실어 버리려
양파 껍질을 까며 몇 겹인지
개수 세는 일을 도모했다
한 껍질을 까고 처음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두 번째 껍질을 까고 누가 이기나 오기를
열 번째 껍질을 까며 눈과 입으로 매운맛
저편의 기억이 끝없이 들어 왔다
오월 햇살처럼 간지러웠던
첫눈처럼 설레었던 이야기
속살이 없어지도록 다 까버려진 마음
어느덧 쌓인 몇 줌의 껍질에게 안녕을 고해야 할 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껍질을
세어보지 않고 버렸다
시작 노트:
‘껍질’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본질과는 다른 단지, 껍질로만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 껍질로 인해 무엇을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으리라. 강인수 시인은 껍질과의 이별로 인해 “저편의 기억이 끝없이 들어”와 버렸다. 시인의 기억에는 껍질을 벗어버린다는 것은 흡사 “속살이 없어지도록 다 까버려진 마음”일 것이다. 하여,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껍질”을 세어보지도 않고 버렸다는 고백이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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