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K, 반뜬주 검사 한국인 대상 24억 루피아 갈취 혐의 적발

부패방지위원회(KPK)

검사 3명 등 9명 연루 의혹… KPK “국제적 이미지 훼손 심각”
대검찰청으로 사건 이관, 관련 검사 직무 정지 및 구속 수사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가 반뜬주(Banten) 검찰 소속 현직 검사와 변호사, 통역사 등 관계자들을 현장에서 체포하며, 외국인을 상대로 한 사법기관 내 조직적 금품 갈취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들이 한국인 피고인에게 재판 편의를 대가로 거액을 요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인도네시아 사법 시스템의 신뢰와 대외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KPK는 지난 17일 반뜬주 일대에서 ‘현장 체포 작전(OTT·Operasi Tangkap Tangan)’을 전개해 반뜬고등검찰청 소속 레디 줄카르나인(Reddy Zulkarnain) 검사, 변호사 디딕 페리얀토(Didik Feriyanto), 통역사 마리아 시스카(Maria Siska) 등 총 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KPK는 체포 과정에서 현금 9억 4,100만 루피아를 증거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PK에 따르면 사건은 정보통신망법(UU ITE)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A씨가 검찰 관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금품 요구를 받고 있다며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씨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구금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받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협도 동반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KPK 대변인은 남부 자카르타 소재 KPK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은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압박하며 금품을 요구했다”며 “응하지 않을 경우 불리한 처분이 있을 것처럼 위협하는 수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KPK는 갈취가 시도된 총액이 24억 루피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자금의 전달·중개 경로와 관련자들의 역할 분담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재판 절차에서 확인된 비정상적 정황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땅어랑(Tangerang) 지방법원 관계자 및 공개된 절차 진행 기록에 따르면, A씨 사건의 검찰 구형 공판이 특별한 사유 설명 없이 7차례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일에는 담당 검사의 불출석이 발생하는 등 통상적 재판 운영과 거리가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PK는 이러한 지연이 단순한 행정상 차질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금품을 받아내기 위한 ‘지연 전술’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파장을 키우는 배경에는, ‘법 집행 기관 내부자’가 외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있다. KPK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며 국제사회에서 인도네시아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투자 유치와 관광 산업 회복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법기관 비리 의혹은 대외 신뢰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수사 주체를 둘러싼 이례적 흐름도 주목된다. KPK가 현장 체포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최종 처리와 본 수사는 대검찰청(Kejagung)으로 이관됐다.

검찰청 역시 내부 감찰 과정에서 해당 검사들의 비위 첩보를 별도로 입수해 체포 당일인 17일 이미 수사명령서를 발부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기관 간 수사 권한과 관할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 속에서도, 이번 사안에서는 공조 형태로 사건이 정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청 법률홍보센터장은 “KPK의 현장 체포는 사법 기관 간 공조의 성과이자 검찰 내부의 환부를 도려내는 계기가 됐다”며 “제 식구 감싸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현재 검사 3명과 민간인 2명을 피의자로 확정하고 살렘바(Salemba) 구치소에 수감해 구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연루된 검사 3명은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 직무가 정지됐으며 급여 지급도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닌 ‘사법 절차의 공정성’ 자체를 훼손한 중대 범죄로 보고 있다. 특히 재판 일정 연기, 검사의 불출석, 외부 인물(변호사·통역사 등)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건은 단발적 금품 수수 차원을 넘어 구조적 부패의 전형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피의자들에 대한 엄정한 형사 처벌은 물론, 검찰의 사건 배당 및 재판 출석 관리, 외부 접촉 통제,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향후 수사의 관건은 금품 요구의 실제 실행 여부, 갈취 시도의 구체적 경로와 지시 체계, 공판 지연과의 연계성, 추가 연루자의 존재 여부다.

또한 사건이 대검찰청으로 이관된 만큼, ‘자체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수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KPK와 검찰청이 각각 확보한 증거와 진술이 어떻게 결합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지, 그리고 사법기관 내부 비리 척결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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