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 형수에게서 택배 박스가 왔다
열어보지 않아도 알 만큼 매직으로
“보조개 사과”
대체 얼마나 맛나길래 사과에 보조개가 다 폈을까?
기실, 이랬다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어진 낙과이거나
먼저 벌레가 조금 먹었거나,
포장하다 흠집이 난 사과라고
아! 그리해서 얻은 게 보조개라면
어디 보조개 한두 개쯤 없는 생이 있을까?
사과의 단내가 서설처럼 내리는 오늘은
나 붉게 물든 그대 뺨에 내린 보조개
두 눈 딱 감고 훔쳐내리라
시작 노트:
따듯한 시인의 심성이 잘 표현된 시다. 상품이 되지 못한 사과를 고맙게 받은 것도 그러하고 사과를 보낸 장호원의 형수 또한 “흠”을 보조개라고 매직으로 박스 상자에 쓴 것은 예사로운 안목이 아니다. 멀쩡한 사과는 아니니 부담 갖지 말라는 아량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러한 사과 상자를 앞에 놓고 “어디 보조개 한두 개쯤 없는 생이 있을까?”라는 직관 섞인 물음의 문장을 떠올리는 시인의 능청이 이 시를 평범한 사실에 메타포를 얹어주고 있어 시의 감칠맛을 한결 더 하고 있다. “나 붉게 물든 그대 뺨에 내린 보조개/두 눈 딱 감고 훔쳐내리라” 또한 어떠한가? 아마도 나 또한 흠결을 가진 나, 라는 말일 테고, 그대는 사과이면서도 볼에 보조개를 지니고 있어, 웃을 때 더 웃음이 빛나는 사과는, 낮은 곳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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