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사업장 없는 다국적 기업 과세 길 열리나… OECD 글로벌 조세 방안 주목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하원(DPR RI)이 넷플릭스, 메타 등 다국적 디지털 기업에 대한 법인 소득세(PPh Badan) 징수를 추진 중인 국세청(DJP)의 계획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 물리적 사업장 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MSN.COM과 BISNIS.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하원 제11위원회 무하마드 미스바쿤 위원장은 9일(금) 자카르타 국회의사당에서 수르요 우토모 국세청장과의 회의 후 이같이 밝혔다.
미스바쿤 위원장은 “모든 기업은 각자의 전략으로 세금 회피를 시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급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면 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의회는 국세청이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설계에 적극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넷플릭스나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모회사) 등 대형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전자상거래 부가가치세(PPN PMSE)만을 징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물리적 사무실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 소득세 징수는 이뤄지지 못했다.
하원은 새로운 규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도네시아의 경제 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세수 증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수르요 우토모 국세청장은 다국적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한 ‘두 개의 축(Two-Pillar Solution)’을 포함한 글로벌 조세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안은 디지털 시대의 국제적 조세 회피를 줄이고 글로벌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라 1’은 다국적 기업이 물리적 사업장이 없는 국가라도 소비자 또는 사용자가 있다면 해당 시장 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라 2’는 연간 글로벌 매출이 7억 5천만 유로를 초과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15%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적용해 국가 간 무분별한 세율 인하 경쟁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2025년 1월 1일부터 재무부 장관령(PMK) 제136/2024호를 통해 필라 2에 따른 15%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력이 실제 세수 확보로 이어지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필라 1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주요 모회사 소재국인 미국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에 반대하면서 국제적 합의 도출과 이행에 어려움이 있다.
필라 2와 달리 필라 1에는 미시행 국가의 과세권을 타국으로 이전하는 ‘백스톱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가 넷플릭스, 메타 등 대형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실효성 있는 법인 소득세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와 함께 국내 법규 정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 지지 표명은 이러한 정부 노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구체적인 규정 마련과 국제적 합의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