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있어야 관점이 생긴다.

신라대 봉사활동 수기

사본 -DSC_3421< 신라대학교 일어교육과 3학년 이우준>

이번 6기 선발을 통해 신라대학교에서는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학생신분으로 해외봉사를 3번이나 가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됐다. 2010, 2011년에 이어 2013년까지 세 번의 해외봉사단 활동에 축하받고 부러움을 사는 일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고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에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재작년 나는 휴학을 했다. 그 때까지도 진로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나는 이러이러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였지 ‘내 목표는 이거야’하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때 내 목표는 국제구호활동가로 뚜렷하게 다가왔고, 그에 대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을 했다. 복학을 하면서 늘 고민만 하던 사회복지 복수전공 신청을 하고 공부를 했다. 신청 전 우려를 표하던 지인들의 말처럼 실천과 이론은 너무나도 달랐다.

재미없었고 지겨웠다. 그래도 해야만 했고, 이번 해외봉사 신청도 필수라는 생각을 하며 진행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마음가짐은 좀 달랐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지금의 나와 그 전에 나는 분명히 다를 터, 뭔가 느끼고 보는 것이 다를 거라 생각했고, 그것은 앞으로의 나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소스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년 하는 것처럼 연습 또 연습을 했고, 2013년 12월 26일에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의 느낌은 2년 전의 것과 비슷했다. 덥고 습한 나라 인도네시아. 그게 다였다. 그리고 하루 뒤부터 7일간의 고아원과 초등학교에서의 봉사가 시작됐다.

반둥에서의 봉사활동 기간에 항상 숙소에서 자기 전에 생각을 했었다. ‘오늘 내가 보고 느낀 것은 어떤 것일까?’ 먼저, 여길 왜 왔을까였다. 장소와 대상자 선정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이전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여기 이곳 아이들은 형편이 어렵지 않게 보였다. 개인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다함께 모여 TV 시청을 하고 미니패드를 손에 쥐고 인터넷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외국인 봉사자는 그저 하루 이틀 장난감이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 주변 환경이었다.
한국에 비해 길거나 집안은 비위생적이고 우리가 볼 때 청소는 엄두도 못 낼만큼 더럽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런데 난 그 순간 출국 직전 들었던 총장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우리의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 떠오르는 순간,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도 그들에게는 일상인 것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상이라고 해서 결코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이렇게까지 된 원인에는 기후적 요소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청소 보다는 무더위에 조금 더 쉬는 쪽을 택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 보니 위생적으로는 좀 문제가 생겼겠지만, 바꾸기는 힘든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걱정하거나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보단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인데도 건물 외벽이나 옥상 펜스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 등 아이들이 생각 없이 놀다가 자칫 위험해 질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존재했었다. 이런 노력봉사들을 교육봉사 대신에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기 봉사로 인해 지속적으로 한다면 하루살이 지식으로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이라면 교육봉사 보다는 노력봉사의 방향으로 봉사를 설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KOICA의 해외봉사단은 전문 인력을 뽑아 2년 동안 현지어로 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이틀 간하는 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좀 더 진하게 하게 된 경험이었던 것 같다. 교육봉사가 진짜 교육이 되길 바랐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고 기간을 늘리고 교육 내용의 질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전 2번의 경험과는 확연히 다른 생각이었다. 그 전에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뭔가를 할 수 있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런데 문화 봉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 실제로 볼 수 없었던 한국의 문화를 보여 주는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기쁨을 주고 새로운 것을 보게 하여 문화나 시선의 다양성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서 문화 봉사는 취지에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봉사를 하면서 또 보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26살의 나와 잠시지만 1년간 복지를 공부한 나의 생각이 이렇게나 달라졌구나, 그리고 뭔가 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생겼구나 하는 것에서 색다른 소름을 느낀다.

아는 것이 생기니 관점이 생기고 관점이 생기니 비판적 사고도 할 수 있다는 것에 사뭇 뿌듯함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봉사만을 생각하던 순수한 마음은 조금 사라진 것은 아닌가라는 약간의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중간 중간 사건사고도 많은 기수였지만, 그래도 나름의 뜻 깊은 선물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였기에 아쉬움 보단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더 드는 기수였던 것 같다.
글. 단장.이후준/신라대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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