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바다로 나아갈 길이 없다는 듯
적도의 열기로 데워진 현무암의 바위 언덕
따나롯 사원이 우뚝 서 있다
돌아오지 않은 혼령이라도 부르는가!
조선낫처럼 휙 굽은 꾸따의 해변을 눈 아래 두고
부겐빌레아 꽃잎의 결 따라 바위를 때리는 파도
뭉개지는 것이 파도만은 아니라는 걸
오래 기다리는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리라
아랫목에 놓아둔 한 그릇 밥, 놋쇠 뚜껑이 이불에 스치듯
철거랑 쇳소리 한 번에 파도는 사라졌다 밀려오기를
여행자의 손으로 건네지는 믿음의 징표 같은 작은 보시布施에
노파의 정안수가 주술처럼 하늘로 뿌려지면
길 떠난 이의 의식儀式이 시작된다
전주곡처럼 흐르는 바람의 소리
소라껍질의 동굴을 맴돌다 나올 즈음
바다를 선회하며 활주로를 굽어보는 나의 라이언 피시가
느리게 아주 느리게 고도를 낮추는데
혹여, 인도양 날 선 파도에 긁히지나 않을까
저녁 해가 뒤를 받치는 순간
바다는 그대 눈동자로 붉어졌다
시작 노트:
인도네시아 지방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라니언 항공을 타게 됩니다. 이름을 보니 ‘사자’를 뜻하는 ‘라이언’인데, 문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금더 찾아보니 화려한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였더군요. 비록 지연과 취소가 반복되는 운항 스케쥴로 악명이 높은 항공사이지만, 어느날, 그 항공편으로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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