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2050년까지 지반 침하로 수몰 위기 심화

2050년까지 ‘물의 도시’ 될 수도… 과도한 지하수 개발
부실한 도시 계획, 기후변화 삼중고에 자카르타 신음 중

자카르타의 침수 가능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도시 계획과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미흡한 대처 속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카르타 침수 시나리오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과학적 시뮬레이션과 실제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경고다.

최근 하니프 파이솔 누로피크 환경부 장관은 자카르타의 침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 1월 16일 서부 자바 보고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카르타 지반이 매년 10~30cm씩 내려앉고 있다고 밝히며, 과도한 지하수 사용과 고층 건물 건설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

히 자카르타 내 사무실, 호텔, 대규모 산업 시설 등이 지하수에 의존하면서 지반 압력이 약화되고 침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자카르타는 ‘물의 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하니프 장관은 치리웅 강 유역(DAS)의 기능 복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치리웅 강이 지하수에 의존하는 자카르타 주민들에게 생명줄이 될 수 있다며, “자카르타와 자보데타벡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치리웅 강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재앙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 WALHI 자카르타의 수지 피트리아 탄중 집행이사는 이러한 예측의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하며, 자카르타의 젊은 충적토 지반은 자연적으로 침하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지하수 채취와 지표면 건물의 하중은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수지 이사는 도시 계획 개선이 재난을 피할 핵심 열쇠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해안 방벽(자이언트 시월) 건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방벽 건설보다는 해안과 바다의 생태계 복원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카르타 일부 지역은 연간 5~10cm의 급격한 지반 침하를 겪고 있다.

획기적인 완화 조치가 없다면 2050년까지 심각한 홍수와 지반 침하로 인해 더 큰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가연구혁신청(BRIN)의 렌디 한디카 연구팀은 PS-InSAR(지속적 산란체 간섭 합성 개구 레이더) 분석을 통해 자카르타의 연평균 지반 침하율이 5.71cm에 달하며, 특히 북부 자카르타와 서부 자카르타 지역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를 늦추거나 막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수 채취 규제 법안은 이미 도입되었지만,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감시와 집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Greenpeace 동아시아의 2021년 연구는 더욱 충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자카르타가 해발 8m의 저지대에 위치하고 13개의 강이 흐르는 지형적 특성상 배수 문제로 홍수에 취약하며, 2030년까지 10년 주기의 홍수로 전체 면적의 약 17%가 침수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약 1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Tirto의 ‘자카르타 지반 침하 문제의 복잡성과 오래된 문제’ 보고서는 반둥공과대학(ITB) 헤리 안드레아스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며 자카르타 지반 침하의 세 가지 주요 원인으로 젊은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자바 북부 해안의 지반 특성, 건물 하중, 그리고 무엇보다 과도한 지하수 채취를 꼽았다.

헤리 교수는 지하수면 하강과 지반 침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지하수면이 낮아질수록 지반 침하가 심화됨을 입증하며, 강 정화, 저수지 건설, 해수 담수화 등 지하수 외 대체 수자원 확보를 촉구했다.

도시 계획 전문가 M. 아지즈 무슬림은 지하수 사용 외에도 부실한 배수 시스템과 고층 건물 증가가 지반 침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배수 시스템 효율 개선과 기술 활용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카르타의 침수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집행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 그리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자카르타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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