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화이트 리스트 한국 제외…인도네시아 한인 경제 파장은?

–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강력 대응
– 인니 주요신문‘일본의 무모한 결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우려

일본 정부는 8월 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2차 경제 보복의 포문을 열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를 간소화 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되어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개정안은 주무 부처 책임자인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일본 정부는 개정안을 7일 공포한다고 예고하고 있어, 오는 28일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가 시행된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핵심 전략 수출 분야의 제품을 통제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을 검토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한일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을 치닫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12시(인도네시아 시간), 임시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작된 대 일본 메시지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 보복”,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면서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며 “국제 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인도네시아 Jakarta Post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경제 전쟁의 선포(Declaration of economic war)’라고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JAVAFX뉴스는 ‘한일 무역 전쟁 시작, 일본이 공식적으로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라는 제목에서 인접한 두 나라 간의 무역 관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CNN INDONESIA는 “문재인 대통령은 생중계 담화문에서 일본 각료 회의가 세계적인 공급망을 손상시키고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있는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일본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조치들을 철회하고 대화의 길을 걸어야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단호하게 경고했다”고 문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JakartPost는 ‘문대통령, 일본의 무모한 무역 결정 비난’이라는 제호에서 “일본의 이기적인 행동은 세계적인 공급망을 붕괴시킴으로써 세계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문대통령의 담화내용을 전했다. 또한 “가해자 일본이 이 시점에서 상처를 다시 입히려한다면, 국제 규범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CNN은 홈페이지 톱 기사로 일본 정부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돼 있던 한국을 제외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며, “한국과의 무역 분쟁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수출 통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이슈로 비등점에 달한 양국의 적대감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스통신 역시 일본이 지난 달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더 엄격한 조치에 나섰다며, 한국은 이를 무역보복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두 이웃 국가 간 무역긴장이 안보협력까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맞대응 카드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시사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헨리 패럴과 조지타운대학 교수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거래를 무기화했다(Japan has weaponized its trade relationshup with South Korea)’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는 안보 불안에 따른 수출 관리라는 측면에서 정당화하고 있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과 동포사회 대응책 시급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관계 속에서 인도네시아 내의 한인 기업과 동포들의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 일본 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맞은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도 결코 쉽지않은 상황이다. 특히 한인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봉제, 신발, 전자의 OEM(주문자생산방식) 전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기업인들은 이번 일본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속앓이를 하며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내 일본 기업에 납품하는 전기 및 자동차 관련 분야, 에너지, 유통 분야 등 일본과 합작사에 한인 기업들도 거래선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혹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부분의 한인동포들은 아베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 명단 제외가 한일간 감정적 경제 전쟁으로 확산되어, 쉽게 매듭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동포사회에 미칠 대책마련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동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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