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산불 연무, 국경 넘어 필리핀 강타… 마닐라 대기질 ‘위험’ 초과로 비상

수도 마닐라 연무 피해 22 September 2023. (AFP/JAM STA ROSA)

– 케손시티 등 주요 도시 대기질지수(AQI) ‘매우 건강에 해로움~위험’ 수준 기록
– 케손시티 공립학교 대면 수업 일시 중단… 취약계층 보호령 및 마스크 착용 권고
–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산불 핫스폿 500여 개 감지… 비정상적 풍향 타고 적도 넘어 확산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산림 및 토지 화재(kebakaran hutan dan lahan 이하 karhutla 카르훗라)로 발생한 고농도 연무가 국경을 넘어 필리핀 영토까지 확산되면서 메트로 마닐라(국가수도권)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대기질이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 수준을 초과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대규모 산불이 단순한 자국 내 환경 재난을 넘어 인접국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초국경적 환경 위기로 번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언론 매체인 ABS-CBN, Inquirer.net, Phil Star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화) 기준 메트로 마닐라 일대의 공기질이 ‘건강에 매우 해로움’ 내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번 대기오염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파라냐케, 케손시티, 라스피냐스 등지에서는 대기질지수(AQI)가 임계치를 크게 웃돌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 공립학교 대면 수업 전면 중단… 민간 기관에도 원격 전환 권고

대기 질 악화가 가시화되자 필리핀 지방 자치 당국은 즉각적인 학생 보호 조치에 돌입했다. 케손시티 시정부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9월 1일 하루 동안 공립학교의 대면 수업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공립 교육기관의 유아교육,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전 학년을 비롯해 대안학습 체계 수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도시 재난 대응 당국은 케손시티 내 설치된 68개의 대기 모니터링 센서망이 측정 결과 AQI 수준을 “매우 건강에 해로움”에서 “급성으로 매우 건강에 해로움” 단계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케손시티 시정부는 공립학교뿐만 아니라 민간 교육 기관들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수업을 중단하거나 원격수업 체계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며,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어린이, 노인, 임산부, 기존 폐·심장질환 보유자 등 호흡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외 활동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실내에 머물러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 PM2.5 수치 급등… 파라냐케 AQI 296 기록 등 최악의 공기질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환경관리국(DENR-NCR)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메트로 마닐라 일부 도시의 대기질은 수용 한계를 한참 넘어섰다. 이번 연무 사태의 주원인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대형 산불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오전 6시 기준 국가수도권 내 DENR-EMB 측정 자료에 따르면,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인 ‘PM2.5’ 농도가 전 지역에서 급등했다. PM2.5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인간의 호흡기계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주요 지역별 AQI 수치를 살펴보면, 파라냐케가 296을 기록해 가장 심각한 오염도를 보였으며, 이어 케손시티 241, 라스피냐스 237, 마닐라 231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 환경 기준상 “급성으로 건강에 해로움(Acutely Unhealthy)” 또는 “건강에 매우 위험함(Very Unhealthy)” 범주에 해당한다.

DENR-EMB는 AQI가 201에서 300 사이에 이르면 모든 일반 시민의 건강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치므로 모든 야외 활동을 즉각 중단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메트로 마닐라의 여타 관측 지역 역시 심장 및 폐 질환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151~200 수준의 ‘매우 건강에 해로움’ 단계를 기록했다.

◆ 인도네시아 산불 핫스폿 500여 개… 비정상적 풍향이 초래한 초국경 재난

이처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산불 연기가 필리핀까지 도달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상학적 이상 현상을 지목했다. 필리핀대학교 환경과학 및 기상학 연구소의 대기물리학자이자 기상학 교수인 게리 바그타사(Gerry Bagtasa) 박사는 최근 위성 영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근 며칠간 칼리만탄 서부와 남부 지역에 수많은 활성 화재 지점이 집중 발생했다”고 밝혔다.

바그타사 박사는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연기가 비정상적인 풍향을 타고 북상해 적도를 넘어 필리핀 영공까지 유입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산림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6년 8월 31일 오후 9시 18분(WIB 기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신뢰도 높은(high confidence) 화재 핫스폿이 총 535개소 감지됐다. 특히 서칼리만탄, 중칼리만탄, 남칼리만탄, 동칼리만탄을 비롯해 남수마트라, 리아우, 잠비 등 주요 산불 취약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 국가의 산림 관리 실패와 산불 통제 미비가 인접 국가의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초국경적 환경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대규모 산불 예방 및 진화를 위한 공동의 안보 체계와 외교적 공조를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