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가 연료 비축량 25일에서 90일로 대폭 확대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장관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이 콘텐츠는 구독자 전용입니다.

이 콘텐츠를 열람하려면 구독해 주세요. 구독신청만 하셔도 결제없이 24시간 열람이 가능합니다.
이미 구독 중이면 로그인하세요 Login

저장 인프라 한계가 핵심 과제… 수마트라에 신규 시설 2026년 착공 목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 약 25~26일분에 불과한 국가 연료(BBM, Bahan Bakar Minyak) 비축 용량을 90일, 즉 3개월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지정학적 불안정 상황과 글로벌 원유 공급망 교란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략적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장관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는 2026년 3월 3일 화요일 자카르타 에너지·광물자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직접 밝히고, 정부가 현재 90일치 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신규 저장 시설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를 진행 중임을 공식 확인하였다.

◈ 현재 비축 용량,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쳐

바흘릴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현행 국가 연료 비축 용량이 에너지 안보를 견고히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임을 분명히 인정하였다.

그는 “실제로 우리의 에너지 안보, 즉 우리의 비축 용량은 최대 25~26일 수준이며, 그 이상은 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이러한 현실이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임을 강조하였다.

바흘릴 장관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아시아 주요국인 일본의 사례를 비교 사례로 제시하였다. 현재 일본의 국가 연료 비축량은 약 254일치에 달하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아직 30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국 간의 비축 용량 격차는 무려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가 연료 비축량이 낮을수록 해당 국가는 국제 원유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나 공급 차질 상황에 훨씬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 지역의 분쟁이나 주요 원유 수출국의 생산량 조절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비축량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는 단기간 내에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 문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 아닌 저장 인프라의 한계

이번 정책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흘릴 장관이 인도네시아의 낮은 비축 용량 문제의 근본 원인을 단순히 원유 수입량 부족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핵심이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연료 저장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에 있다고 명확히 지적하였다.

“지금 당장 일본만큼 수입한다고 해도, 그 연료를 어디에 보관하겠습니까? 바로 이것이 우리의 문제입니다”라고 바흘릴 장관은 직접적으로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원유를 더 많이 구매하고자 하는 의지와 재정 여력이 있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저장 탱크 및 관련 인프라가 현재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서 방대한 에너지 수요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에너지 저장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도서(島嶼)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상 국가 전역에 걸쳐 균일한 저장 및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수반한다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 수마트라에 대규모 신규 저장 시설 건설 추진… 2026년 착공 목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90일치 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신규 대형 저장 시설 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바흘릴 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해당 시설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설 예정지는 수마트라섬으로 계획되어 있다.

바흘릴 장관은 “올해부터 건설이 시작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가 이 사안을 단순한 장기 과제가 아닌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수마트라섬이 건설 예정지로 선택된 데에는 여러 전략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마트라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원유 생산지 중 하나인 동시에, 말라카 해협에 인접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원유 수입 및 저장·유통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내 주요 소비지인 자바섬 및 기타 지역으로의 연료 공급망과의 연계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90일 비축 기준, 왜 중요한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참고

정부가 비축 목표치를 특별히 90일로 설정한 데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에너지 안보 기준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회원국들은 일반적으로 최소 90일치의 국가 전략 비축량 유지를 권고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예기치 못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회원국 경제의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간주된다.

비록 인도네시아가 현재 IEA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정부는 이 국제 기준을 벤치마크로 삼아 국가 에너지 안보 수준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어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이번 정책을 통해 명확히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가 연료 비축량이 90일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인도네시아가 얻게 될 전략적 이점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중동 분쟁, 주요 해상 운송로 봉쇄, 대형 산유국의 생산 차질 등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공급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최소 3개월간은 국내 연료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또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저장된 비축분을 활용함으로써 국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충분한 비축량은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국제 원유 시장에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비축량이 부족할 경우 단기적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도 원유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충분한 비축분이 확보되어 있다면 보다 유리한 시점에 시장에서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라마단·이둘피트리 앞두고 단기 공급 상황은 안정적

바흘릴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중장기적인 비축 용량 확대 계획을 밝히는 한편, 현재 단기적인 국내 연료 공급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현황을 공개하였다.

그는 현재 연료(BBM), 원유(crude oil), LPG 재고가 모두 국가 최소 기준인 23일치를 상회하고 있어,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둘피트리(Idul Fitri) 연휴와 라마단(Ramadan) 기간을 앞둔 시점에서 연료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둘피트리 연휴와 라마단 준비와 관련하여, 감사하게도 연료, 원유, LPG 재고가 모두 평균적으로 국가 최소 기준을 상회하고 있음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바흘릴 장관은 설명하였다.

라마단 기간과 이둘피트리 연휴는 인도네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이다. 대규모 인구 이동과 소비 활동 증가로 인해 교통 연료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동시에, LPG를 이용한 취사 수요도 함께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절적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재고 수준이 국가 최소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장관의 발표는 단기적인 공급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에너지 안보 환경 변화와 인도네시아의 과제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의 연료 비축 용량 확대 추진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비축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으며, 중동 지역의 지속적인 불안정 상황은 아시아 각국으로 하여금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같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확실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주요 원유 수출국이었으나, 국내 생산량 감소와 국내 소비 증가로 인해 현재는 상당량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규 저장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전략 비축량 확대는 단순한 에너지 수급 안정화 차원을 넘어,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자립도와 국가 안보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90일치 비축 시설 구축에 소요될 막대한 건설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 그리고 토지 확보 및 환경 영향 평가 등 실질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현실적 장애물들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타당성 조사 결과와 이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공개될 경우, 이번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추진 일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에너지 주권 강화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도전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국가 연료 비축 용량 90일 확대 계획은, 세계 최대의 도서 국가이자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현재 25~26일 수준에 불과한 비축 용량을 90일로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대규모 저장 인프라 건설에 수반되는 막대한 재정적 투자와 기술적 역량, 그리고 수마트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의 부지 확보 및 관련 법·행정적 절차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 속에서 인도네시아가 에너지 자립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저장 시설이 계획대로 2026년 착공되어 조속한 시일 내에 완공된다면,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주권 강화와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보다 견고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타당성 조사 결과 공개와 실제 착공 여부가 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 경영센터 종합)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한국 인도네시아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