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라져야 할 바이오 테러

이지후 / JIKS 11

‘바이오’는 ‘생명’이라는 뜻을 가지며 바이오 에너지, 바이오 기술 등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이 된다. 하지만 이 단어에 ‘테러’가 붙으면 어떻게 될까? 바이오테러 (bioterror,생물테러)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거나 죽이기 위해 바이러스나 세균을 비롯한 다른 유기체를 퍼뜨려서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인류는 주로 적군의 힘을 약하게 만들고 다른 지역 전체를 정복하기 위해서 바이오 테러를 해 왔다. 전투보다 병으로 죽는 병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페스트]
가장 최악의 전염병이라 하면 14세기에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페스트)이 생각날 것이다.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진 페스트균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숨지게 한 병원균이다. 13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런 끔찍한 세균을 가지고 전쟁을 벌인 사례를 볼 수 있다. 몽골 제국은 흑사병으로 숨진 동료의 시신을 투석기를 이용하여 성 안으로 던져서 그곳 주민들에게 일부러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렸다. 이렇듯 흑사병 환자의 시신을 적군에 내던지는 전술은 1710년에는 러시아가 스웨덴 군대와 전쟁을 치르면서 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두]
1754년부터 1763년까지 영국과 프랑스가 북미 대륙의 식민지 간에 경쟁, 토지 및 자원을 둘러싼 분쟁을 하며 프렌치·인디언 전쟁이 벌어졌다. 영국군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쓸어버리기 위해 천연두 환자들이 쓰던 담요를 의도적으로 주어 천연두를 만연시켰다. 이외에도 16세기에 스페인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로 오염된 의복을 공급하기도 했다. 미국 질병 관리센터(CDC)에 따르면 천연두 바이러스는 현재 바이오 테러 감염원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에 올라와 있다고 한다.

[탄저]
제 1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이 탄저균에 감염된 말과 소 등 가축을 미국과 다른 나라에 보낸 적이 있다. 서대문구 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17개국 정도가 생물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탄저균의 보유 정도는 모른다고 한다. 탄저균을 통한 바이오 테러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1945년 이란에서 대유행으로 백만 마리의 양이 죽었고, 1979년 러시아에서는 호흡기 증상의 탄저병이 발생하여 79명의 환자 중 대부분이 사망 혹은 치명적 후유증을 남겼다. 2001년에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 우편물을 통해 탄저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오 테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유기체가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그 위협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1998년 러시아 과학자들은 현재의 백신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변형된 탄저균이 무기로 사용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 육군이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에 위치한 감염병 연구소에서 바이오 테러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지만, 그들은 방어적인 목적으로만 연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위험성을 가진 바이오 테러에 어떻게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을까? 바이오테러에 사용될 위험이 높은 유기체들에 대한 정보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이 연구하고 있으며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탄저균, 보툴리누스균, 페스트균, 천연두 바이러스는 바이오 테러 공격에 사용될 위험이 높은 바이러스로 구분되고 있다.

그 밖에 콜레라, 에볼라를 일으키는 병원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여러 세균 또한 바이오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 균종들에 대한 감시 및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긴급 대응 계획을 수립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제기관들은 정보 공유, 교육 및 훈련, 바이오 안전시설 및 보안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 메르스 등 수많은 전염병과 함께 인류는 살아왔다. 최근에는 그 무시무시했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이러한 감염병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견될 것이고 바이러스의 거듭되는 진화 때문에 인류는 또다시 위기 상황에 놓일 위험이 크다.

하지만 우리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이런 감염병들을 대처하지 않고, 오히려 악용하는 바이오 테러는 인류의 잔인함을 느낄 수 있으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전쟁을 겪는 것 자체로도 매우 힘든 일인데, 그 힘겨운 순간에 바이러스와도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다. 세계는 평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