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덕(인도네시아 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한인포스트 문화분야 칼럼리스트>
장편소설 <나목>(1970)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박완서 역시 19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나목>은 6·25 한국전쟁과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분단소설과 달리 개인적인 체험을 여성적인 시각으로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인간과 세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 때문에 두 오빠가 죽었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주인공 이경, 전쟁으로 인해 죽은 두 아들을 잊지 못해 귀신같은 소리를 지르며 환각 속에 살아가는 어머니, 천재적인 화가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미군 초상화를 그리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화가 옥희도, 미군 매점에서 일하는 한국인, 주한 미군 등을 통해 전시 하 서울의 풍속도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보여주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게 한다.
6·25 전쟁 중 미군 매점(PX)의 초상화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 이경은 화가 옥희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옥희도가 유부남이라는 사실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는 내용, 이후 같은 미군 매점에서 전공으로 일하던 남자와 결혼을 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이경은 옥희도의 유작전에서 그림 속에 있는 나무가 죽어가는‘고목’이 아니라 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나목’이며, 이것은 불우했던 시절의 옥희도이었다는 내용, 그리고 자신은 옥희도의 곁을 잠시 스쳐간 여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등은 특히 그러하다.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박완서의 소설은 이후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비판하기도 하고 여성 문제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는 제반 모순들을 소설화 하여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평단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최인호를 들 수 있다.
최인호는 <타인의 방>(1971)을 통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도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미있는 이야기 수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출장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에게도 열쇠가 있지만 아내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며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고, 참다못해 나온 이웃들은 주인공을 처음 본다며 진짜 주인인가 의심하고, 기가 막힌 주인공은 할 수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내가 없는 방은 타인의 방처럼 여겨진다는 내용, 이후 방의 물건들이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주인공은 물건으로 변해버리고, 돌아온 아내는 처음에는 그 물건(남편)을 아껴주는 척하더니 나중에는 잡동사니와 같이 다락에 처박아 버린다는 내용 등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이후 최인호 소설의 대중적 인기는 당시 최고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데, <별들의 고향>(1973), <바보들의 행진>(1973),<깊고 푸른 밤>(1982), <고래사냥>(1982), <겨울 나그네>(1983) 등은 영화화 되어 당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로 인해 소설의 상업성 논란도 있었지만 소설문학의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고 소설이 문화상품으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