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째라는 그놈… 끝까지 싸워 K-포르노 지운다

디지털 성폭력 현황

언론에 첫 공개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지난 2일 찾은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 보안 인증을 거쳐 내부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모니터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이곳에서 피해자 상담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센터는 피해자 정보 보호를 위해 직원 모니터를 전부 끄고, 내부 공간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조건으로 언론에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을 관리하는 곳은 디성센터뿐 아니라 수사기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다양하다. 기관마다 역할은 조금씩 다르다. 수사기관이 영상물을 유포·유통한 이들을 검거하고, 방심위가 신고된 유포 사이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면 디성센터는 영상물이 어디에서 유포되고 있는지 직접 찾아내서 이를 삭제한다. 영상물이 유포될까 공포에 떨고 있는 피해자에게 긴급 지원을 통해 신속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박성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센터에서 불법영상물 유포를 차단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디성센터는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8년 출범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성혜 디성센터 팀장은 “피해자는 매일 자신의 영상이 어떻게 유포될지 두려워하며 일상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다”며 “영상물이 영구히 삭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피해자에게 지금 보이는 사이트, 또 추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사이트까지는 우리 센터가 모니터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8296건 일괄 삭제 성과

피해자가 가장 괴로워하는 건 자신의 피해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는 사이트가 있는데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삭제가 어려운 경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성센터는 수년간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하고, 해당 국가 사법당국과도 공조해 영상물 삭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5년 동안 끈질기게 삭제를 요구해 8296건의 불법 영상물을 일괄 삭제하기도 했다. 2018년 디성센터는 국내 피해자가 등장하는 불법 영상이 대거 올라와 있는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이 사이트에선 ‘코리안 포르노’라는 게시판까지 별도로 운영하며, 불법 영상물을 집중적으로 유통하고 있었다.

디성센터는 최초 발견 당시부터 해당 사이트에 지속해서 연락해 삭제를 요청했다. 불법 성인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누구인지, 고객센터 등 담당자가 누구인지 등을 곧바로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노력들 끝에야 겨우 연락이 닿았다. 센터에선 영상물 삭제를 요청했다.

그때마다 사이트 운영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아예 응답하지 않다가 “우리는 한국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삭제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해오기도 했다.

디성센터는 해당 사이트의 협조를 얻는 방법을 여러모로 논의했다. 현지 변호사를 통해 법률 자문을 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 수사 중인 해당 사건번호를 다 모아서 공문에 명시했다. ‘한국의 경찰이 수사 중인 영상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우라’고 요청했다. 이전까지는 성범죄 피해 영상물이라고만 언급했지만, 실제 수사 중인 사안임을 영상물마다 설명한 것이다. 결국 일주일 뒤 해당 사이트에서 ‘코리안 포르노’ 카테고리가 통째로 사라졌다. 수천건의 영상물이 일괄 삭제된 건 처음이었다.

박 팀장은 “사이트에선 ‘왜 이게 피해 촬영물인지 너희가 증명하라’며 협조해주지 않거나, 해외 서버를 이유로 처벌을 피해가며 삭제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며 “그런 경우엔 해당 국가 협력기관을 통해 요청하거나 국제공조에 나선다”고 말했다. 또 센터에서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영상물의 경우 당사자 신고가 없어도 선제적으로 삭제에 나선다.

기술보다 정확한 모니터링 노하우

피해자가 디성센터에 신고를 하면 3개월 동안 집중 삭제가 이뤄진다.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그사이 수천건이 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에는 삭제지원 전문 직원들이 모니터링을 한다. 지난해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만 7979명에 달했다.

센터는 피해자의 영상물이 유포되고 있는지 찾기 위해 여러 기술을 동원한다. 당장 유포되지 않았어도 촬영물이 있다면 이를 통해서 얼굴이나 신체 특징 등과 DNA 대조를 해 실제 유포된 사이트가 있는지 URL(인터넷 주소)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24시간 시스템이 자동으로 크롤링(여러 페이지를 돌아다니면서 해당 유포물이 있는지 검색하는 방식)을 돌려서 피해자 촬영물과 대조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술보다 직원들의 열정과 노하우다. 박 팀장은 “불법 촬영물을 보다 보면 ‘트위터에 유포됐겠구나’ 이런 식으로 유포 유형을 알 수 있다”며 “영상물에 붙은 ‘○○녀’처럼 해시태그 정보로 찾기도 하는데, 기술보다도 수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으로 찾아내는 게 9할”이라고 말했다. 계속 불법 영상물을 보는 작업을 하다 보니 힘든 순간도 있다. 차마 보기 어려운 피해 영상물 관련 작업을 할 때는 심리 상담을 받기도 한다.

영상 유포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센터를 찾으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박 팀장은 “피해 신고를 주저하는 사이 유포된 영상이 갑자기 확산할 수도 있다”며 “센터는 철저히 보안이 된 사이트에서 안전하게 피해 신고 영상을 받고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센터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디성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분들이 안심하고 일상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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