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속 ‘타르·니코틴’에 발암물질 범벅…”금연하면 20분만에 심박수·혈압 정상”
전자담배도 해롭긴 마찬가지…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단 근거 없어
새해가 되면 건강에 대해 여러 다짐을 하기 마련이다. 그중 최고의 단골은 금연이다. 몸에 미치는 해악을 정확히 알고 나면 피우라고 해도 도저히 피울 수가 없는 게 바로 담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금연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꼭 내뱉는 말이 있다.
“우리 동네 90세 할아버지는 평생 담배를 피우셨고 지금도 태우시는데, 아직도 건강하시다. 담배가 정말 해로운 게 맞나”라는 식의 변명이다.
이런 의문은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말로 평생을 흡연하고도 이렇게 건강한 동네 할아버지가 있다면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가지고 마치 일반적인 것처럼 확대해 해석한 ‘오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금연 운동을 주도한 박재갑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는 “금연 의지가 없는 사람이 흔히 고령의 ‘건강한 흡연자’를 예시로 들지만, 해당 고령자가 건강하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반문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폐해는 보편적으로 흡연자 ‘십중팔구’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설사 나머지 극소수의 예외 사례가 있다고 해도 이는 흡연의 해로운 영향을 과소평가한 오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흡연의 폐해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는 차고 넘친다.
흡연은 폐암과 구강암,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 등의 각종 암은 물론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골다공증, 백내장, 발기부전, 불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담배를 피울 때 만들어지는 연기는 ‘주류연’과 ‘비주류연’으로 나뉜다.
주류연은 입으로 빨아들이는 연기 성분을, 비주류연은 담배의 끝에서 나오는 연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물질을 각각 의미한다. 담배 연기를 내뱉을 때 나오는 물질도 비주류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주류연은 95% 이상이 4천여종의 발암물질과 유해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담배를 한번 빨아들일 때마다 약 50㏄가량이 폐로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이 중에서도 건강에 가장 해로운 건 타르, 니코틴, 일산화탄소(CO) 3가지 성분이다.
타르의 경우 흔히 ‘담배진’으로 불리는 암갈색 성분으로, 약 20여종의 A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의 대부분은 바로 타르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이 원인이다.
타르는 담배 연기를 통해 70%가량이 폐로 들어가 혈액에 스며들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장기에 피해를 준다. 또 잇몸이나 기관지 등에도 직접 작용해 표피세포 등을 파괴하거나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흡입되는 타르의 양은 대개 10㎎ 이내지만,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1년간 노출되는 타르를 모두 모은다면 유리컵 하나에 꽉 찰 정도로 많다.
니코틴은 담배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성 물질이다. 담배 한 개비에는 10㎎ 정도가 들어있는데, 이 중 흡수되는 니코틴의 양은 1∼3㎎에 달한다.
니코틴은 빠르게 동맥 내 혈류 속으로 흐르면서 심장을 거쳐 뇌로 운반된다. 담배를 피울 때 니코틴이 뇌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7초 정도다.
아편과 거의 같은 수준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학적으로는 마약에 해당한다. 30∼40분마다 담배를 한 대씩 피우는 골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산화탄소는 연탄가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물질로, 흡연은 마치 적은 양의 연탄가스를 지속해 맡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또한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 감퇴에 따른 만성적인 저산소증으로 신진대사에 장애를 주고 조기 노화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도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담배회사들은 가열담배가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유해 물질을 적게 생성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타르와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에 견줘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아무리 골초라도 지금 당장 금연한다면 건강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
금연 20분 후 심박수와 혈압이 정상화되고, 12시간이 지나면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2주 후에는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폐 기능이 향상되며, 한 달이 지나면 기침과 숨 가쁨이 줄어들고 폐 감염 위험도 감소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금연 1년 후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5년 후에는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의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한다”면서 “10년 후에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절반으로 줄고, 췌장암과 인두암 발생 위험도 현저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생활부/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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