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인니통치 네덜란드, 17∼19세기 노예제 첫 공식사과

자카르타 북부에 남아있는 네덜란드 동인도 제도의 상업 중심지이자 무역의 중심지인 VOC 조선소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7∼19세기 자행된 노예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7월 1일(현지시간) 현지에 생중계된 노예제 폐지 1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노예 거래와 노예제도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왕은 또 “오라녜 왕가(House of Orange)의 군주와 통치자들은 그것에 반대하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나는 (당시의) 명백한 행동 부족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오라녜 왕가는 현재의 네덜란드 왕가를 지칭한다. 이번 사과는 과거 250년간의 경제·문화적 ‘황금시대’를 누릴 당시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자 60만 명을 노예로 착취한 데 대한 것이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이 노예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정부 차원에서 첫 사죄한 이후 7개월 만이기도 하다.

당시 뤼터 총리의 사과 역시 과거사 청산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됐지만, 노예제 피해자 후손들은 국왕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날 연설은 뤼터 총리를 비롯한 다수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노예제 피해 관련 단체들은 이날 국왕의 공식사과가 과거사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네덜란드 국왕,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서 “과거 폭력 사과”

한편,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지난 2020년 3월 10일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과거 네덜란드인들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알렉산더르 왕은 이날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독립선언 후 분리 과정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전에 발표한 대로 당시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과도한 폭력을 당한 데 유감과 사과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역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동등한 관계, 상호 존중과 이익을 구축하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국왕, 인도네시아 보고르대통령궁서 의장대 사열
네덜란드 국왕, 인도네시아 보고르대통령궁서 의장대 사열

동인도회사34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은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1942년 점령했다가 1945년 물러가자, 재점령하려는 네덜란드와 4년간 독립투쟁을 벌였다.

당시 네덜란드군은 독립운동을 저지하고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가령, 1947년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라와게데 마을 주민 430여명(네덜란드 주장 150명)을 학살했다.

2011년 네덜란드 정부는 라와게데 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유족들에게 피해자 1인당 2만 유로씩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군이 1946∼1947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주민 4만여명(네덜란드 주장 5천명)을 즉결처형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소송을 제기한 유족 10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2013년 11월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마르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 후 양국 간 협력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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