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기록적 엔저…달갑지 않은 수출 기업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자동차 등 산업 부문서 여전히 경합…”달라진 한국기업, 예전처럼 영향 안 커” 지적도

원/엔 재정환율이 19일 한때 800원대로 내려가는 등 8년 만에 가장 심한 엔저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자동차 등 일본과 여전히 경합 관계에 있는 분야의 수출 기업들은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오전 8시 23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해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전통적으로 엔저 심화는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분야 기업에 특히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말 보고서에서 한일 간 제조업 수출 경합도가 69.2로 한미(68.5)·한독(60.3)·한중(56.0) 등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1∼3분기 달러 대비 엔화가 원화보다 5.86%포인트 더 많이 평가절하되는 엔저 현상이 나타나 해당 기간 한국의 수출이 168억달러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시황 악화 속에서 우리나라 전체의 수출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국면이어서 엔저 현상 심화가 길어지면 수출 회복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월간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8개월 내리 작년 동월 대비 감소했고, 무역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15개월째 이어졌다.

다만, 미국발 금리 인상 시작 후 엔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 심할 뿐이지 장기적으로는 원화,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수출국 통화도 강달러 속 동반 약세를 나타내 이번 엔저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업 경합도 측면에서 봐도 최근 강한 전기차 수출 호조 현상이 보여주듯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도 과거와는 뚜렷하게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꾸준한 엔저 흐름 속에서도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 3월 처음 6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5월까지 3개월 연속 ’60억달러 고지’를 돌파했는데 고가의 전기차가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액은 5월 21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20억달러를 돌파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산업 경합도 면에서 일본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조금 높일 수 있겠지만 현재는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기술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며 “전기차처럼 우리 브랜드의 글로벌 입지가 탄탄한 분야에서는 엔저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온다고 단언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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