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6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으로 러시아에서 5월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김정은의 국제 외교무대 데뷔가 이보다 앞선 4월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4월 자카르타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와 24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행사’에 김 제1비서를 초청할 예정이기 때문이며 인도네시아는 최근 남북은 물론, 중국 등 관련 국가에 회의 일정을 알렸고 조만간 초청장을 발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는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처음 열린 회의로 비동맹운동(NAM)의 시발점이 됐다. 당시 참가국들은 미국과 구소련에서 탈피해 자주노선을 추구할 것을 결의했고 이를 계기로 ‘비동맹 제3세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1965년 이 반둥회의에 참석한 김일성은 이 회의가 “제국주의자들에 커다란 타격을 줬다”고 말하는 등 북한은 반둥회의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도 비동맹 외교를 주요한 외교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의의 이런 성격 때문에 김정은이 이번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정상 외교 데뷔 무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 자체 행사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보다 북한의 주요 외교 무대인 비동맹 관련 회의가 외교적으로 더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회의에 과거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참석한 적이 있다는 점 역시 김정은의 참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김일성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으며 이 계기에 ‘조선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남조선 혁명에 대하여’를 제목으로 현지에서 연설을 했다. 이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수행했다.
또한 회의 창설 멤버인 중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할 게 틀림없는 점도 북한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자연스레 북·중 약식 정상회담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번에 모두 참석하면 김정은은 5월 러시아 방문에 앞서 중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한국 역시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참석 대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2005년의 경우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북한 대표로 온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남북 당국자 회담 재개 문제와 6자 회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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