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이버 거지’의 진실

틱톡으로 구걸하고 있는 노인/사진 출처: Antara

강수민 / SPH KV 11

최근 인도네시아에 ‘사이버 거지’가 점점 늘고 있어서 문제다. ‘사이버 거지’는 인터넷상에서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표현으로 유명한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 Tok)’에서 자주 볼 수 있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틱톡을 사용하는 자들의 수는 10억 명이 넘으며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틱톡은 접근성이 매우 높으므로 길거리에 나가 구걸하는 것보다 영상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어 인도네시아에선 틱톡을 사용해 돈을 구걸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틱톡에는 시청자들이 영상 제작자에게 온라인으로 선물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원하는 액수의 돈을 영상 제작자에게 보낼 수 있는데 바로 이 기능을 겨냥하여 인터넷으로 구걸하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엔 스스로 돈이 필요해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강제로 취약계층을 착취해 금전적 이익을 보는 이들도 있어서 문제다.

화제가 됐던 영상 중 하나는 틱톡 계정 @intan_komalasari92에서 업로드 한 것으로 영상 속엔 한 노인이 진흙탕에 앉아서 돈을 구걸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보여주며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수법으로 보인다. 이 틱톡 계정에는 다른 노인들이 출연하지만, 내용은 비슷한 영상들 여러 개가 더 올라와 있었는데 모두 같은 진흙탕에 앉아 돈을 요구하는 영상이었다.

후에 영상 속 노인들은 진짜 거지가 아니었고 틱톡 계정주의 요청으로 인해 진흙탕에 들어가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틱톡 계정의 주인은 페이스북에서 술탄 인탄(Sultan Inta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노인들을 착취해 얻은 돈으로 구매한 명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토바이 두 대, 컴퓨터, 그리고 여러 개의 핸드폰을 늘어놓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업로드 해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현지 뉴스에 따르면 틱톡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보통 Rp.300,000에서 Rp.700,000을 벌 수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지방의 최저 임금인 월 Rp.2,371,000 정도를 거의 3일만에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빠르고 쉽게 돈을 얻기 위해 노인, 아동,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착취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트리 리스마하리니(Tri Rismaharini) 사회부 장관은 어린 아이나 노인을 이용한 SNS 구걸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시행령을 발행했다.

그녀는 만약 이런 착취 행위를 발견하게 된다면 경찰에게 신고해달라고 부탁했고 지방 당국은 착취당한 이들에 대한 보호, 지원 및 사회 복귀를 도울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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