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3년] “이젠 맨얼굴이 어색”…옷처럼 익숙해진 마스크

마스크 쓰고 책 읽는 시민들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 찬성 41% vs 반대 57%
“마스크 벗은 얼굴 보이기 부끄러워”…영유아는 ‘필수품’ 인식

“마스크가 꼭 입어야 하는 옷 같아요. 마스크를 안쓰면 마치 벌거벗은 듯한 느낌입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양모(29)씨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꼭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양씨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대학생 김세연(23)씨는 18일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위주로 들으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학 생활이 사라졌다”며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얼굴을 보여줄 때면 신기하고 낯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민정(27)씨 역시 “마스크에 너무 익숙해져서 맨 얼굴로 있으면 오히려 왠지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마스크로 표정과 얼굴을 가릴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도 있다.

팬데믹 도중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이모(28)씨는 “마스크 덕분에 회사에서 사람들을 모르는 척 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는 다시 눈치를 봐야 할 것 같다”며 “내향적 성격이라 마스크를 썼을 때 회사에 다니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양씨 역시 “포커페이스가 잘되지 않는 편인데 회사에서 이제 상사가 재미없는 농담을 할 때면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원강사 송모(53)씨는 “학생들이 선생님 나이에 민감한 편인데 마스크를 쓰면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얼굴이라는 게 어떤 사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정보에 해당한다”며 “마스크를 쓰면서 사람들이 서로 간 사생활 개입에서 벗어났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 실내마스크 착용 안내화면
대형서점 실내마스크 착용 안내화면 (서울=연합뉴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논의를 하루 앞둔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마스크 착용 관련 안내화면이 표시돼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이번 겨울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이제는 안정된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와 관련해 “해제가 멀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날 신규확진자는 1만4144명으로 12주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2023.1.16 

◇ 고령층 “건강 걱정”…영유아, 마스크는 필수로 인식

충북에 사는 주부 정모(63)씨는 최근 마스크 300장을 추가로 샀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더라도 원체 잔병치레가 많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닐 참이다.

정씨는 “이제 미세먼지도 다시 몰려올 거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코로나19에 재감염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63)씨도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조금 아프다가 낫지만 내 또래나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입원할 만큼 아프다.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사람도 봤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때) 고령층도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고령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남녀 1천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에 반대한다(57%)는 응답이 찬성(41%)보다 16%포인트 많았다.

연령대별 반대 비율은 70세 이상에서 72%로 가장 높았고, 40대(65%), 60대(62%), 50대(57%), 30대(51%) 순으로 뒤를 이었다. 20대는 찬성(60%)이 반대(39%)보다 많았다.

올해도 불안함에 벗지 못한 마스크
올해도 불안함에 벗지 못한 마스크 (서울=연합뉴스)  2023년의 첫 출근일인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2023.1.2 

팬데믹 3년간 영유아의 경우 마스크를 쓴 채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런 까닭에 ‘꼭 써야 하는 물건’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38)씨의 6살배기 딸은 마스크가 없으면 밖에 나가지 못한다고 알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가족끼리 차에 타면 ‘우리끼리 있으니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말해도 딸이 절대 벗지 않는다고 고집을 피운다”며 “밖에서 간식을 먹을 때도 벗지 않고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먹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초등교사 임수경(30)씨는 “마스크 착용 선호도에 학년별 편차가 있다”며 “저학년은 마스크가 답답하다고 벗고 싶어하는 친구가 많지만 고학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을 다소 어색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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