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합니다. 걸음이 빠른 토끼가 거북이를 훨씬 앞질러 갑니다. 토끼는 중간에 잠을 잡니다. 거북이가 이기게 됩니다.
거북이를 얕보고 잠을 잔 토끼도 나쁘지만 잠든 토끼 앞을 살그머니 지나가서 이긴 거북이도 나쁘다고들 합니다. “토끼야 일어나! 함께 가자 토끼야”라고 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끼리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아주 불편한 동행일 수도 있고, 아주 아름다운 동행일 수도 있습니다.
‘평균 실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완만한 종 모양의 소위 정규분포의 개념이 무너진 것을 말합니다. 평균 실종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는 양극화입니다.
빈익빈 부익부. 백화점 매출은 늘고 대형마트 매출은 줄어듭니다. 진보와 보수.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일 내가 중간에 선다면, 양편에서 돌이 날아옵니다.
경험은 신념이 되고, 신념은 감옥이 됩니다. 통합과 절충의 문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우리는 다양성과 중층성으로 대표되는 자바문화를 경험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영토, 다양한 종교와 수많은 종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는 통합과 절충을 중시하는 자바문화가 있어 가능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또 한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 장석주 시인의 신년 에세이를 다시 읽어 보게 됩니다.
“ 어머니는 새벽에 깨어 보채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제빵사들은 오늘의 빵을 굽고, 의사는 위중한 환자의 병상을 지키고, 시인은 단 한 구절을 쓰기 위해 고뇌에 빠지고, 천문학자는 새로 나타난 별의 궤적을 좇느라 바쁘다.
섣달그믐 한밤중에 태어난 송아지는 힘겹게 네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서 씩씩하게 제 어미젖을 빤다. 우리가 이를 악물고 모질게 마음을 다지며 혼돈의 세월을 견딘 것은 지켜야 할 사랑이 있고, 보듬어야 할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한 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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