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직책 겸직 군법 위반 논란에 법 개정 추진

프라보워 대통령과 내각 장관들이 육군사관학교에서 군복을 입고 연수받고 있다. 2024.10.24. 사진 대통령궁

민주화 후 군의 민간영역 직무 금지…군법 개정 추진에 “민주주의 해체” 비판

군인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현역 군인도 민간 영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군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인도네시아가 다시 군부 정권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현역 군인이 각 부처와 정부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군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68∼1998년 수하르토 독재 정권 당시 현역 군인이 정부 관료를 비롯해 주지사나 시장 등 직책을 맡았고, 각종 국영 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고문 등으로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군부가 정부나 민간 기업들을 장악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하르토가 축출된 뒤 인도네시아는 민주화를 거치며 군법을 개정해 이런 폐단을 막았다.

지금은 국방부와 국가정보국, 국가마약국 등 안보나 치안, 국방 관련 직책에서만 군인들이 일할 수 있고, 다른 관직이나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는 겸직이 금지된 상황이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수하르토 정권에서 군부 세력 핵심이었던 프라보워가 대통령이 되면서 군인들이 다시 민간 영역도 맡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 상황이다.

군법 개정 지지자들은 20년이 넘은 군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군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 역할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이미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후 현역 군인을 장관으로 세우고 교통부와 농업부 등 고문으로 임명해 군법 위반 논란이 되고 있다. 프라보워 정부의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 정책에도 군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무위원들을 모아 군복을 입히고 군대식 워크숍을 진행하더니 최근에도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육군사관학교로 불러 모아 군복을 입히고 군 훈련을 받게 해 논란이 됐다.

이처럼 프라보워 정부 들어 정부 내 군 색깔이 짙어지고, 군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야당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은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군을 분리하는 개혁을 단행했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도 최근 한 행사에서 현역 군인이 정부 직책을 맡으려면 먼저 전역 후 민간인 신분이 돼야 한다며 군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젠테라 법대의 비비트리 수산티 교수도 군법 개정에 대해 “군이 모든 분야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길 원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사실상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