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외국인 5명중 1명 불법체류자

불법 체류 의존하고 눈감아주는 ‘침묵의 카르텔’도 살펴야

국민적 합의, 전담 기구 필요성도 제기

한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가운데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규모가 40만 명 선을 넘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9월말 현재 집계에서 미등록 이국인이 40만2천755명으로 조사됐다.

전달(39만8천461명) 보다 4천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9월 말 현재 217만 명으로 증가한 데 따라 고의든 부주의든 자격을 갖추지 못해 생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 일각의 분석이다.

미등록 외국인 중 태국(36%)과 베트남(18%)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조선족 동포가 대부분인 중국인은 16%가량이다.

재외동포법에 따라 동포 차원에서 포용하는 조선족 동포와 베트남 댁이 된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입국한 일부 베트남인을 제외하더라도, 순전히 경제적 이득으로 돈을 벌기 위해 관광 비자나 유학생 비자로 들어와 돈벌이에 나선 국가 출신의 미등록 외국인이 문제가 된다.

국내에 체류하는 미등록 외국인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 활동을 한다는 점과 이들 덕분에 일부 저임금 산업이 연명하며, 저임금이더라도 내국인, 곧 국민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돈 더 벌어 가려고 불법 체류

제주해경에 검거된 불법 체류자
제주해경에 검거된 불법 체류자 (제주=연합뉴스) 2016년 6월 울진군 후포항에서 제주해경에 검거된 불법 체류자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연합뉴스]

 

미등록 외국인의 대부분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국내에 최장 5년 가까이 일하다 돌아가지 않는 외국인들이 차지한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새로 발생한 불법 체류 건수 2만4천153건 중 비전문취업(E-9) 비자 입국자가 7천448명으로 가장 많다.

유학 비자(D-2) 2천780건, 유학에 앞서 어학 연수차 받는 단기 연수비자(D-4) 2천263건 등 유학으로 왔다가 불법 체류하는 경우도 5천43건에 이른다.

무자격 체류자들이 머물 수 있는 것은 고용허가제 근로자의 경우 5년 가까이 머물며 한국 사정에 익숙하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머리도 알아 충분히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 역시 비자 기한 3년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한국 사정에 익숙해 취업에 어려움이 없다.

결국 불법체류자를 존속하게 하는 요인이 한국 내 저임금 산업 구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파종이나 수확처럼 특정 시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 경우 일하러 오는 외국인의 체류자격을 서로서로 문제 삼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사정을 아는 공동체 특성상 단속도 허술해 불법체류를 눈감아주는 ‘침묵의 카르텔’이 농어촌에는 형성돼 있다.

이런 경우 불법 체류자를 엄격히 단속해 추방하면 인건비 비중이 절반가량 되는 채소와 과일 가격은 2∼3배 폭등할 수밖에 구조라고 농촌경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평소 2천~3천원 하던 대파 한단 값이 7천원까지 오른 데는 주산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당이 높은 고구마 수확 산지로 옮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법 체류자의 ‘해방구’로 일컫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가구 공단에서 나오는 가구의 낮은 가격은 미등록 외국인의 저임금이 뒷받침한다고 현지 외국인 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요구 시위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요구 시위 (서울=연합뉴스) 2017년 2월 서울출입국사무소 세종로출장소 앞에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0주기 추모주간 공동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재배포 및 DB금지]

◇”불법 체류 관리 근본부터 바꿔야”

전문가들은 불법 체류를 일으키는 외국인들 관리가 부서별로 제각각 분산돼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불법 체류를 근절하려면 국민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제도상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27만명의 관리는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선원취업비자)가 담당하고, 조선족 동포를 포함한 재외동포는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 여성은 여성가족부 등이 맡아 관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의 출입국 외국인 정책 본부에서 불법 체류를 전담하는 이민조사과는 단속 인력만 전국적으로 300여명에 불과해 인력과 예산이 크게 부족하다.

아울러 불법 체류자가 사회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정선에 대한 명시적 목표치도 파악되지 않는다.

현재의 불법 체류자 40만명선은 전체 체류 외국인의 19%에 이르나 학계 일각에서는 체류 외국인의 10% 선을 유지하는 게 ‘목표치’가 될 것으로 본다.

불법 체류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우파 성향의 단체나 일부 외국인 혐오주의자들에게서 크게 나오지만, 불법 체류자의 저임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저임금 산업과 그에 따른 저가의 생산물을 누리는 소비자들은 침묵하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듯하다.

시민 인권 단체에서는 일회성 ‘합법화’를 단행해 불법 체류를 일거에 없애자는 주장도 펴지만.’ 정부가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 취업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각각 다르게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최서리 연구위원은 “불법 체류자를 선의의 피해자나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이들의 고용주를 악덕 고용주로 볼 수는 없고 허가받지 않은 일을 하는 외국인을 단속하는 정부를 비인권적 행위자로도 봐서는 안 된다”며 “불법 체류 발생의 결을 살펴 뿌리부터 다루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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