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 ‘주의보’, 취소 항공권 환불 2년6개월 감감무소식

직장인 A씨는 신혼여행만 생각하면 아직도 밤잠을 설친다.
2020년 3월 신혼여행을 위해 인도네시아 항공사인 가루다항공에서 발리행 항공권을 예매한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매를 취소했지만 2년6개월이 되도록 항공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가 결제한 2인 왕복 항공권 가격은 모두 163만 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항공권 구매를 중개했던 여행사는 부도로 폐업했다. 여행사가 폐업한 뒤 A씨는 가루다항공에 직접 연락을 취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온라인 여행 관련 카페에는 A씨처럼 항공권을 취소하고 수년째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8월29일 인도네시아 여행 카페에 “잊고 살다가도 가끔 울컥한다”며 “여행사에서는 가루다항공 본사가 환불을 승인해줬다는데 한국사무소에서 그걸 넘겨받아 환불을 처리하는데 추가로 5개월이 더 걸린다고 하더라. 벌써 2년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쯤 (환불을) 해주려나”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 다른 카페 이용자들은 “없는 돈이다 포기하고 살기는 하는데 한번씩 욱하고 화가 난다”, “한국지사에서 온 이메일에는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 없다” 등 가루다항공 측의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는 댓글을 줄지어 달았다.

대형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한 대형여행사를 통해 가루다항공의 항공권을 예약한 고객도 아직 200여 명 가량이 환불받지 못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환불 접수는 완료됐지만 가루다항공에서 항공사 내부 문제 등을 들면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하게 환불이 재개될 수 있도록 가루다항공 서울지점에 수시로 요청하고 있지만 연락 자체가 쉽지 않아 환불 관련 문의는 메일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여행사도 아직까지 가루다항공으로부터 환불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루다항공이 지속적으로 환불을 하고 있지만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예매 대리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먼저 환불을 해주고 항공사에 대금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항공사들에게 환불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현재 가루다항공은 한국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내에서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나온 대표번호로 가루다항공 측에 수 차례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가루다항공 측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공권 환불과 관련한 질문에 “가루다항공 인도네시아 발권사무소에서 발권·환불되는 경우에는 약 2주가 소요된다”며 “이밖에 여행사에서 발행된 경우에는 처리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만 안내하고 있다.

가루다항공은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가루다항공의 부채는 지난해 1분기 기준 113억8천만 달러(약 17조5450억 원)에 이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권 환불 규정은 판매자가 정한다. 판매자가 정한 규정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부당할 경우 소비자원의 조정제도를 통해 중재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법적 강제력도 없기 때문에 판매자가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는 환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소송까지 가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외국 항공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외국 항공사는 국내에 별도 사업소를 내지 않고 판매 대리점 등을 통해 항공권만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 구제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을 통해 분쟁 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가 없어 쉽지 않다”며 “항공권은 상품 또는 사업자에 따라 계약취소 가능 여부나 취소·변경 수수료 부과 등의 거래조건이 다르므로 구입할 때 상품 설명과 약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Busines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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