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됐던 공장 가동 재개되면 물류 혼잡 확대 우려
상하이발 운임 하락세인데… 한국발 운임은 상승세
“공급망 정상화, 봉쇄 종료 후 최소 몇 개월 걸려”
최근 3달 동안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가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물류 대란이 한동안 가속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 하락이 상하이 봉쇄로 인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13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5.91포인트 내린 4147.83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초 5109.60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17주 연속 내린 것이다. 지난해 7월 말(4196.24) 이후 9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 상하이 봉쇄 장기화로 중국 수출량이 감소한 것이 운임 하락의 주요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역대 최고치로 올라간 운임이 계속해서 조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다만 운임 약세는 길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공장 재개로 물동량이 갑자기 쏟아지며 운임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가 물동량이 증가하는 성수기라는 대목에서 지난 2020년 하반기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물류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는 봉쇄 50일 만인 5월 16일 점진적 재개방 돌입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날 현지 언론 <펑파이신문> 등은 이날부터 2000여 브랜드 매장들이 재개방됐고 마트와 은행, 서점이 점진적으로 재개방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4월 중국 산업생산성장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를 기록했다.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상하이 등 주요 경제 도시를 봉쇄하면서 기업은 물류 혼란과 원자재 조달 지연을 겪었다. 이동 제한으로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해 공장 가동률도 급락했다.
지난 3월 중국의 실리콘밸리이자 주요 무역항인 선전이 잠시 봉쇄되고, 뒤이어 상하이가 봉쇄된 이후 중국 공급망 관련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항공 화물의 관문인 중국 중부 도시 정저우도 5월 들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했으며, 수도인 베이징에서도 시민들이 봉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봉쇄가 풀린 뒤의 후폭풍이 될 수 있다고 글로벌 물류 전문가들은 말한다.
●상하이발 운임 하락 불구 우리 수출운임은 상승 = 글로벌 해운지수 하락이 주춤한 이유가 상하이 봉쇄 영향이라는 분석에는 우리 관세청 수출입 운임 통계가 힘을 더하고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 컨테이너 운임 통계는 우리나라 항구의 수출입 운임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상하이 봉쇄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떨어져 있다.
관세청은 상하이 봉쇄가 본격화됐던 지난 4월 수출입 컨테이너 운임이 1FEU(2TEU,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 신고운임 평균 기준으로 대부분 항로에서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간 원양항로 운임이 간헐적인 하락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사상 최고치거나 그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 원양항로 수출운임은 미 서안과 동안은 1FEU당 300만 원대, EU행은 200만 원대에서 형성돼 있었다. 그랬던 것이 2020년 하반기 들어 물류 대란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가파르게 올라 올해 들어서는 5~6배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19발 항구 물류 혼잡은 주로 미 서안행에 집중돼 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때때로 미 동안행 항로 운임이 서안행을 제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미 동부 해안 항구로 가는 운임은 1FEU당 1626만7000원 수준으로 미 서부 운임(1403만1000원)을 제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 서안행은 전월 대비 4.5%, 동안행은 5.6% 상승했다. 반면 EU행 운임은 1FEU당 1334만9000원으로 전월 대비 0.6% 하락을 기록했다.
근거리 항로의 경우 베트남행 운임이 올해 들어 1FEU당 200만 원 선 위에서 형성돼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이는 60~70만 원 정도였다. 중국행은 본래 50~60만 원대였던 것이 서서히 오르더니 작년 말 급등을 거쳐 120만 원대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행 수출운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90~100만 원 정도였던 가격이 작년 들어서는 130만 원대까지 갔으나,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 컨테이너 운임도 대부분 항로에서 오름세였다. 미국 서안발은 321만8000원(전월 대비 12.1%), 미국 동안발은 282만7000원(30.0%), 일본발은 129만8000원(10.3%), 베트남발은 281만9000원(3.1%)으로 각각 증가했으나 중국발과 EU발은 각각 280만8000원(-3.7%), 199만9000원(-8.3%)으로 전월보다 소폭 감소했다.
●“내년 이전에는 가용 컨테이너 확대 어려워” = 전문가들은 중국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면 지금보다 더 큰 물류 혼란과 공급망 교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5일 보도를 통해 글로벌 물류업계가 중국 공장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해상 화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봉쇄의 가장 큰 물류 문제는 가용 트럭 부족으로 항구 혼잡도가 가중되는 것이다. 글로벌 물류 예약 플랫폼인 프레이토스는 봉쇄가 시작된 3월 말 이후 상하이의 트럭 운송 가용량이 약 45% 손실됐다고 추정한다.
항구까지 제시간에 물품을 도착시키기 위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할 트럭 운행이 봉쇄로 막히면서 컨테이너를 수거할 트럭도 부족해졌다. 컨테이너가 쌓이면 선박을 싣고 내리기 어려워지고, 선박은 항구에서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해운 트레킹 플랫폼인 윈드워드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까지 중국 항구에서 하역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수가 두 달도 안 돼 두 배로 늘었다.
윈드워드는 “물동량 감소로 상황은 다소 완화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하역 대기 중인 전체 컨테이너선의 약 24%가 지난 5월 12일이 끝날 때까지 중국 항구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추산했다. 평균 3.58일, 즉 86시간을 대기했다는 것인데 이는 4월 1일부터 12일 동안에는 평균 115시간이었다.
또 다른 글로벌 물류 트레킹 업체인 포카이츠는 상하이에서 수입 컨테이너의 평균대기 시간이 5월 12일 12.9일로 3월 28일보다 174% 증가했다고 말한다. 중국의 나머지 지역에서 5월 초의 수출 컨테이너 대기 시간은 3월 12일 대비 22%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상하이 봉쇄 해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오늘부터 벌어질 수도 있다. 짐 맥케나 태평양해양협회 회장은 “중국이 이 선박들을 우리 쪽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정말 큰 폭의 급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마셜 경영대학원에서 켄드릭 글로벌 공급망 연구소를 운영하는 닉 비야스는 비록 많은 이들이 이전보다 더 일찍 상품을 주문하더라도 조만간 “우리는 물건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가용량은 유한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그 유한한 물류 시스템의 가용량이 중국의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고다. 3분기 성수기 수요와 맞물려 현재의 항만 혼잡과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공장의 정상 가동 복귀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즈비 슈라이버 프레이토스 CEO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이뤄지며 생겨난 공급망 혼란에 대해 “당시 (이미) 공급망들은 매우 지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컨테이너 책임자 한스 나그테갈은 “2년 전만 해도 약 20%의 선박만이 지연되고 있었다”며 “오늘날 이 숫자는 약 8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의 함대가 다시 올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상하이 봉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부두의 면적은 매우 크다. 이는 물류 문제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ING 리서치의 운송·물류·자동차 분야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코 루만은 전 세계 컨테이너 용량의 11% 이상이 항구에 갇혀 있기에 “공급망 안정화는 폐쇄가 끝난 후 최소 몇 개월이 걸릴 것”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이전에는 컨테이너 물류 가용량이 크게 확대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간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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