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월 조기대선’ 가능성 촉각… ‘정권유지 vs 교체’ 전초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한국갤럽, 중도층의 62% 정권교체, 69% 탄핵 찬성

與, 조기대선 선 긋지만…잠룡 몸 풀고 ‘反이재명’ 전선 구축
野, 막판 ‘탄핵 인용’ 여론몰이 집중…李, 중도·보수공략 행보

중도층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여론이 증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에게 조사해 21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을 때 열리는 조기 대선에서 ‘현 정권 교체, 야당 후보 당선’에 동의하는 응답자가 53%로 나타났다. ‘현 정권 유지, 여당 후보 당선’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37%였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308명 중에서는 정권 유지 의견이 27%에 그쳤고, 정권 교체 의견이 62%였다. 1주 전 조사에서는 중도층(354명)의 33%가 정권 유지, 54%가 정권 교체 의견을 냈다. 둘의 격차가 21%포인트에서 35%포인트로 벌어져 중도층 민심이 크게 정권 교체로 기운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묻는 문항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견은 60%, 반대는 34%였다. 중도층에서는 69%가 찬성, 25%가 반대 의견을 냈다. 1주 전 조사에서 중도층의 60%가 찬성, 33%가 반대였던 것에 비해 탄핵 찬성 의견이 많아졌다.

[그래픽] 주요 정당 지지도

  •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34%,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40%로 집계됐다. 직전(2월 11∼13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39%, 민주당 지지도가 38%였다.

이에 여야가 ‘5월 조기대선’ 현실화 가능성 앞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 변론만 남겨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론이 다음 달 11일을 전후해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헌재 결정 예상 시점까지 정국은 당분간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를 상정한 ‘대선 전초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여 대권을 겨냥한 여야의 치열한 기 싸움이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헌법재판소 앞 기자회견

  •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탄핵 반대’ 입장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조기 대선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물밑에선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도부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며 ‘반(反)이재명 전선’을 공고히 하고 정권 유지 여론을 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기 대선과는 일정 거리를 두지만, 일찌감치 ‘이재명 심판론’을 띄워 사전 야권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최근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 논란 등을 부각해 이 대표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공세를 펼치는 것도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잇단 당정협의회를 열며 ‘정책 정당’ 면모도 부각하며 중도층 표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조기 대선 분위기가 예열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회와 언론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오는 26일 한동훈 전 대표도 책을 발간하며 정치 재개를 공식화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지지층의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조기 대선에 대비한 여당의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탄핵 심판 전까지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무도함을 알리고, 민생 현안을 챙기는 여당의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윤 대통령 파면과 정권 교체를 위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장외 집회를 열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내란 옹호 정당’, ‘극우 정당’이라며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5당 원탁회의 출범 공동선언
  •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5당 대표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2025.2.19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정권 교체를 고리로 야(野) 5당의 연대체인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원탁회의)도 띄우며 대선 정국에 대비한 야권 연대의 토대도 이미 마련했다.

민주당은 3·1절에는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공동으로 열어 탄핵 및 정권교체를 위한 공동 행보에 나선다.

민주당은 중도·보수층 공략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대선 등 대형 선거의 승패를 갈라온 중도층의 표심이 국민의힘에서 이탈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도록 힘쓰는 모습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경제 성장과 감세 정책, 친기업 행보 등 ‘정책 우클릭’ 행보를 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탄핵 돼 5월 중순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100%”라면서 “하지만 그때까지 방심하지 말고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환기하고 정권 교체 여론에 불이 붙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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