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원 / JIKS 11
인도네시아 동포로 살면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는 Bali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친절한 미소가 있는 곳으로 자카르타와는 매우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Bali섬 전체 인구의 93%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는 점인데, 이슬람 문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에는 힌두 사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 곳에는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향을 피우는 주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집이나 식당 곳곳에는 화려한 색의 천이 둘러진 석상들이 즐비한데, 작은 바나나 꽃 받침을 만들어 동전이나 사탕 등을 올려 힌두신에게 기도를 한다.
자카르타에서는 하루 다섯 번 울리는 이슬람 기도 소리가 익숙한데, 같은 나라에서 이렇듯 종교적 색채가 다른 모습을 마주하면서 종교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
16세기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에게 정복을 당한 후 힌두교 승려들과 왕족들은 박해를 피해 Bali로 이주하였고 원주민들에게 힌두교가 전파되었다. 그 후 Bali에서는 힌두교가 지배종교로 정착되었는데, 북방 불교 그리고 토착신앙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형태의 힌두교로 새롭게 재편된 것이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는 카스트 제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발리에서는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이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문화와 종교가 유입 되더라도 유연한 모습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주목할 수 있었다.
Tirta Empul 사원에는 고대의 신화와 전설이 새겨져 있고 두 개의 정화 연못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을 Jaba Tengah 라고 부른다. 이 곳에서는 30여개의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서서 힌두교 신자들이 몸을 씻으면서 영혼까지 맑게 하는 의식을 한다.
인도의 겐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시며 영혼을 씻어내는 힌두교 신자들처럼 발리의 주민들도 힌두교 의식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루 다섯 번 정결하게 몸을 씻고 이슬람 경전을 외우며 기도를 하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들도 자신의 영혼을 정결하게 하고자 한다. 종교는 다르지만 죄의식을 없애고 사죄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Bali는 힌두교와 삶이 접목되어 마치 하나의 용광로에 녹아 내린 듯 느껴진다. 발리에 방문할 때 마다 향불을 피워 기도하는 발리 인들의 모습은 마치 발리의 전부를 대변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Kuta 해변은 한국에서도 매우 유명한데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서핑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거친 파도를 넘는 숙련된 서퍼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해변으로 향하는 작은 돌문들에 놓인 힌두 석상과 Puja 의식을 위해 준비한 꽃들이 나부끼는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한국인들은 종교적인 색채가 없는 편이라, 발리의 힌두교는 낯설고 이색적이다. 종교가 삶을 지배하는 모습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발산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한다. 아름다운 발리 섬의 모습과 힌두교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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