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칼바람이 불고
계절이 떠나간 빈터에
뒹구는 낙엽의 비명소리
어둠이 고이는 정류장에서
시린 손 비비며 막차를 기다릴 때
봄꽃 떨어지듯
아스라한 도시의 불빛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시간 속을 질주하는 초록색 버스
눈 내리는 벌판에서
마른풀을 헤치며 들새가 울고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바람에 쓸려가는 이 겨울의
창백한 미소를 지켜본다
시작 노트:
적도, 열대의 나라에서 살다 보니 겨울의 맛을 잊어간다. 순환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자면 겨울 또한 “봄꽃 떨어지듯/ 아스라한 도시의 불빛”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막차를 기다리는 시린 가슴으로 느끼는 겨울은 순환의 과정 보다 엄습하는 육체적 시련으로 “뒹구는 낙엽의 비명소리”만 전해질 뿐이다. 막차는 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다리던 편지 또한 봄과 함께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는 희망이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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